정치부 박정배 기자 |
[e대한경제=박정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를 24일 앞두고 특유의 ‘여유’ 대신 결기 가득한 모습으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13일 제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종 웃음기 없는 표정과 진지한 자세로 잇단 일정을 소화했다. 마스크를 쓴 채였다지만 평상시와 같은 농(弄)이 섞인 표정은 이날만큼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후보의 ‘전투 모드’는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이 후보는 지난해 11월부터 주말마다 각 지역을 방문해 현장 연설을 하면서 남다른 ‘예능감’을 살린 애드리브로 시민들과 넉넉하게 교감해왔다.
앞서 이 후보는 ‘매타버스’ 일정으로 지난달 초 전남 곡성군을 찾았을 때 지난해 여름 발생한 섬진강 수해 피해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보상에서 배제된 처지를 하소연하는 돌발 상황에 직면한 바 있다.
주민들이 큰소리로 대책을 요구하자 그는 “내가 직접 결정할 상황은 못 되지만 여러 이야기를 들어서 도당위원장과 의원들이 상황을 파악해서 객관적으로 억울한 점이 없는지 챙겨보겠다”면서 “세상일이 여러 면이 있어서 여러분의 주장이 100% 옳다는 것은 아니며 정부와 여러분의 입장을 챙겨보고 타당한 결론이 나도록 챙겨보겠다”고 말하면서 주민들의 분노를 달랬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이 같은 여유로운 표정은 등장하지 않았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이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겨냥해 매서운 비판에 집중했다. 윤 후보와 격렬하게 대립했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동행한 이 후보는 ‘검찰 국가’, ‘보복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신천지 발(發) 집담 감염’, ‘김건희 주가조작’, ‘사드 추가배치’ 등의 키워드로 윤 후보를 작심 비난했다.
일부 지지자는 이 후보 발언에 “윤석열은 멍청하니까!”라고 호응했으며 다른 일부는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해 “술집 여자가 그렇지!”라는 말까지 내놓았다.
예전 같으면 발언 중간중간에 쉼표를 찍을 때마다 주민들 추임새에 웃음을 보이며 “감사합니다”고 화답했지만 이날엔 그 같은 감정 표출 없이 본인이 준비한 연설에만 집중했다.
대민(對民) 관계에서 이 후보의 ‘여유’는 주로 범죄자들을 상대해온 검사 출신 윤 후보와 비교해 강점으로 지목되는 요소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선거일이 임박할 때까지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갑갑한 상황이 계속되자 ‘예능인 경력자’의 유연성보다는 사생결단의 승부사(勝負師) 기질로 승부수를 띄우는 모양새다.
박정배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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