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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위에 나눔 전도사…골프와 나눔에 관한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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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5-30 06:10:17   폰트크기 변경      
[인터뷰]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이 서울 수서동 대보그룹 사무실에서 가진 <e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서원밸리 그린콘서트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e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골프 성수기인 5월 마지막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 클럽’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골프장은 온가족의 놀이터와 콘서트 무대, 객석으로 변신했다. 골프장의 생명인 페어웨이도 이날만큼은 전국에서 몰린 손님들을 위한 주차공간으로 변신했다. 이 모든 것이 무료 자선행사로 이뤄졌다.

그린콘서트는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이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은 이 콘서트는 우연한 계기에서부터 출발했다. 지난 2000년 서원밸리컨트리클럽의 개장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한 골프장을 방문한 최등규 회장은 직원 자녀가 잔디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봤다. 손님과 캐디까지 5명만 이용하는 공간이 온 가족을 위한 놀이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한 순간이다.

하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려고 하자, 직원들 모두가 두 손 들고 말렸다. 평일도 아닌 성수기 주말 영업을 포기하는 것도 모자라 행사 개최 및 손상된 페어웨이 복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약 5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프장이 대중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최 회장의 확신을 꺾지는 못했다.

이렇게 출발한 서원밸리 자선 그린콘서트는 지난 2000년 처음 개최된 후 올해로 18회에 접어들었다. 처음 1520명으로 출발한 관람객의 수는 누적 45만명으로 확대되며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민 위로 콘서트로 발돋움했다.

최 회장은 “아직도 아이들이 맨발로 잔디 위에서 마음껏 공 차고, 벙커에서 씨름대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진다”라며 “먼 미래의 일은 알 수 없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는 이 그린콘서트가 쭉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서원밸리컨트리클럽에서는 또다른 형태의 사회공헌활동이 있다. 골프장의 명소 중 하나인 ‘아모르 레인보우 터널’은 지난 2013년부터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 장소로 제공돼 총 24쌍의 부부를 탄생시켰다.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 골프 대회 장소로 골프장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이 이어지는 것은 평소 ‘기업의 이익은 반드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최 회장의 오랜 철학 덕분이다.

지금은 매출 약 2조원에 임직원 약 4000명 규모의 중견그룹을 이끌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그는 신문배달에서부터 독서실 총무 등을 거치는 등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하지 않은 일이 없었다.

이토록 어려운 시절을 겪은 후 생활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자,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업활동을 통해 나오는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결심했다.

이에 지난 1996년부터 고향 모교에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2009년 동문회장을 역임할 당시에는 모교인 대천고등학교에 사재 21억원을 들여 기숙사형 대보영재관을 기증했다.

이밖에도 서원밸리 골프장 인근 초등학교 결식아동 돕기, 셔틀버스 지원 등 소외계층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임직원과 함께 코로나19 극복 성금과 수해 복구 성금을 모금해 기부하기는 등 나눔 문화 확산에도 앞장섰다.

올해 창단한 ‘대보골프단’은 최 회장이 올해 뛰어든 새로운 형태의 사회기여 방식이다.

대보그룹은 지난 3월 KLPGA 김지현, 김윤교, 장은수 KPGA 최민철, 고군택, 오승현 선수 등 남녀 선수로 구성된 신생 골프단을 출범시켰다. 이와 함께 서원아카데미를 통해 골프 꿈나무 등 후진양성에 힘쓰고 있다. 최 회장은 “대보골프단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게 되면 우리나라를 해외에 알리는 등 국위선양해 더욱 보람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모두가 어려움을 겪던 IMF 시절 박세리 선수의 활약을 보며 골프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는 스포츠라고 느꼈다.

미스 샷 후 트러블샷으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골프처럼, 사업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신념이 생긴 것이다.

실제, 당시 회사(대보실업)는 실업대란 속에서도 직원들을 추가로 채용하고 특별 상여금도 주는 등 ‘희망 경영’을 통해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바꿔 놓았다.

그는 평소 직원들에게도 배려하는 자세를 강조한다.

최 회장은 “골프는 대표적인 배려의 스포츠로, 동반자가 샷을 할 때 조용히 하고 그린에서 퍼팅라인을 밟지 않는 등 동반자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면서 “다음 플레이를 할 사람들을 배려해 잔디 디봇을 보수하고 벙커를 정리하는 등 골프를 통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배울 점도 많다”고 설명했다.

고객을 향한 가장 큰 배려는 정직한 자세다. 사탕발림식 영업보다는 진솔함으로 고객을 대할 때, 감동과 만족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 2021년에는 대보건설이 시공한 ‘동탄호수하우스디’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깨끗한 현장 관리와 성실한 시공을 통해 우수한 품질의 아파트를 완공해 감사하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고객을 향해 신용을 지키고 진실한 마음으로 일하지 않는다면 냉혹한 사업의 세계에서 40여년의 세월을 버틸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그는 건설산업에서도 정직한 생태계가 만들어지길 소망하고 있다.

제대로 된 품을 받고 제대로 된 품질을 시공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건설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유례없는 자잿값 급등 여파로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모두 적자 시공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라며 “자잿값 인상에 대한 부분은 발주처에서 충분히 반영해줘야만 기업들이 적자 공사를 면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곧 좋은 품질로 이어져 소비자 만족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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