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수도 방콕은 물의 도시다.
차오프라야강의 세밀한 지류들은 신경조직처럼 시내 곳곳에 퍼져있어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릴 정도로 수로가 시내중심가까지 발달해있다. 이 곳에서 운행되는 수상버스는 방콕시내의 교통 혼잡과 정체를 피할 수 있는 싸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다. 관광객들을 위한 투어선박에 올라 강의 지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확실히 이 곳은 여행객들에게 방콕의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각인시켜주는 명소다.
원거리 풍경으로 도심의 고층빌딩과 새벽 사원 등이 수상무대의 조연이라면 주연은 단연코 수상가옥이다. 물속에 나무기둥을 박고 버티고 서있는 가옥들은 일견 구조적으로 불안해보이지만 이 곳 주민들은 오랜 시간 동안 이런 방식으로 강물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왔다. 녹슨 골철판 지붕과 목제 발코니, 그리고 널어놓은 빨래들의 색상들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빈티지의 풍경을 자아낸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수상 주거환경의 군집은 지나온 시간의 발자취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풍경을 담아내기가 안성맞춤이다.
작은 보트에 바나나와 예쁜 꽃과 함께 삶의 애환과 고단함도 잔뜩 싣고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에 나선 할아버지와 어린 소녀의 시선과 손길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들 덕분에 강물과 친숙한 수상거주자들의 전통과 문화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글ㆍ그림=임진우(건축사ㆍ정림건축ㆍ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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