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소관 ‘정부24시’에 포함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사이트 첫 화면. /사진: 홈페이지 캡처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증을 온라인으로 발급하는 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으나, 해당 프로그램이 ‘구식’이어서 민원인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민원신청서 작성 시 요구되는 ‘증명사진’ 첨부 방식이 주먹구구식이어서 민원신청서 작성을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하는 실정이다.

포털에서 검색어로 ‘주민등록증 재발급’을 넣고 검색을 하면 곧바로 ‘정부 24시’의 해당 사이트로 연결된다. 공인인증서나 주요 인적사항을 기재한 뒤 로그인을 하면 해당 민원신청 화면이 뜨게 된다. 성명란과 주민등록번호란은 자동으로 기재돼 있고, 주소와 연락처 등 나머지 공란을 채운 뒤 재발급사유 등을 선택하면 화면 중간쯤에 걸려 있는 ‘증명사진 1장’ 첨부란에 이르게 된다.

행정안전부 소관 ‘정부24시’에 포함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사이트에서 ‘증명사진’ 첨부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민원인을 돕기 위해 ‘파일첨부’ 윗쪽에 ‘증명사진 편집 예시’와 ‘사진규격 안내’가 있지만, 민원인이 이를 참고해 사진을 첨부해도 수차례 민원신청 실패와 신청서 재작성을 반복해야 하는 수고를 피하기 어렵다.

먼저 ‘증명사진 편집 예시’를 열어보면, 얼굴 크기가 너무 커도 안되고, 너무 작아도 안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 제시된 견본 사진은 ‘얼굴 전체와 목, 어깨선 절반 정도가 들어가야 하고, 얼굴 옆과 위에 여백도 적당히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소관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사이트 ‘증명사진’ 첨부란에서 ‘증명사진 편집 예시’에 나와 있는견본 사진은 ‘얼굴 전체와 목, 어깨선 절반 정도가 들어가야 하고, 얼굴 옆과 위에 여백도 적당히 있어야 함’을 첨부사진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이어 ‘사진규격 안내’를 보면 △여권사진 규격(가로 3.5㎝ × 세로 4.5㎝) △6개월 이내 촬영한 귀와 눈썹이 보이는 천연색 상반신 정면 탈모 사진 등 2가지를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어 좀더 구체적으로는 △얼굴 비율 및 사진 품질 △배경 및 조명 △안경 및 액세서리 △얼굴 방향 및 어깨선 △표정 및 눈동자 등 5개 항목에서 각각 불량사진 3종과 양호사진 1종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 견본사진도 한결같이 ‘얼굴 전체와 목, 어깨선 절반 정도를 포함하고 얼굴 옆과 위에 여백 적당’이란 점에선 공통적이다. 일반적인 증명사진 파일이라면 사진편집 프로그램을 가동해 조금만 손질하면 요구 조건에 부합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사진 파일은 어떤 프로그램에서 여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로 3.5㎝ × 세로 4.5㎝’라는 규격은 무의미하다. 가로세로의 비율이 중요한 것이다.

‘사진규격 안내’와 ‘증명사진 편집 예시’를 참고해 크기를 맞춘 증명사진을 첨부한 뒤 ‘수령기관 선택’ 등 나머지 공란을 채우고 최하단에 있는 ‘민원신청하기’를 누르면, 민원인은 십중팔구 ‘입력된 사진의 너비와 높이가 너무 큽니다’는 팝업창을 만나게 된다. 민원신청이 ‘실패’라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소관 '정부24시'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사이트에서 첨부한 증명사진에 대해 ‘너비와 높이가 너무 크다’면서 에러를 알리는 팝업창. 너비와 높이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큰지 알려주지 않아 민원인은 어림짐작으로 사진크기를 수정해야 한다. /사진: 홈페이지 캡처

해당 팝업창은 너비와 높이가 얼마나 큰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민원인은 어림짐작으로 사진크기를 수정해 재첨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그리 호락호락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민원인은 수차례 ‘사진크기 재수정→사진파일 재첨부→민원신청 재실패→신청서 재작성’을 반복해야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사진만 수정해 다시 첨부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원신청서를 원점에서 재작성해야 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다시 말해, 사진에서 에러가 날 때마다 백지상태에서 주소와 연락처, 수령기관 등등을 다시 기재해야 하는 등 이른바 ‘뺑뺑이’를 돌리는 것이다.

‘민원신청 실패와 신청서 재작성’을 3~4차례 반복하면서 프로그램의 요구조건을 어떻게든 맞추게 되면 어느 순간에 다음단계로 넘어가면서 온라인 민원신청이 성공했음을 알린다.  하지만 이것으로 집에서 ‘주민등록증 나왔으니 수령해 가라’는 통보만 기다리면 되는 단계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민원신청을 접수한 ‘수령기관’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머리 윗부분 일부가 잘릴 수 있다’는 등 첨부사진이 여전히 불완전함을 알리는 연락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휴대폰에서 특정인의 전화번호에 ‘프로필 사진’을 올릴 때 사용하는 사진 프레임.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프로그램도 이런 장치를 사용하면 민원인이 사진 크기와 관련된 ‘에러’에 시달리는 불편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진: 휴대폰 화면 캡처

이런 사진첨부 시스템에 대해 IT 전문가들은 ‘구닥다리’라고 입을 모은다. 비근한 예로, 휴대폰에서 특정인의 전화번호에 ‘프로필 사진’을 게시할 때는 사진 프레임이 미리 준비돼 사용자가 그에 맞춰 사진을 올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재발급 신청’ 프로그램도 이런 장치를 사용하면 민원인 불편을 대폭 줄일 수 있는데도 행정서비스 수준이 그에 못 미치는 데 대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권혁식 기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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