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公, 제조사 등과 협업

3년간 연구개발비 2억원 투입

하중 지탱하는 지점 대폭 확대

승강로 밖에 설치해 위험 감소

사업주별로 최대 3000만원 지원

관계자들이 설치된 시스템 비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대한경제=김진후 기자] “기존 강관비계와 달리 승강로 밖에서 설치할 수 있고, 설치 후에도 넓은 지지 발판을 통해 추락 위험을 99%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난 11일 경기 오산시 세교지구의 티케이엘리베이터 제품이 설치 예정인 다가구 주택 건설현장에선 신규 개발된 ‘엘리베이터 승강로용 브래킷(시스템 비계)’ 시연회가 열렸다. 추락 사고가 잦은 승강기 설치공사 때 쓰는 가설물(비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3년간 연구개발한 제품을 일반 현장에 처음 적용하는 자리다.

작업자 2명이 승강로 바깥에서 설치를 시작하고 10여분이 지나자 마지막 설치단계인 승강로 앵커볼트 설치와 유공발판 설치까지 마무리됐다. 최대 허용하중 540㎏, 통상 300㎏을 버틸 수 있는 너비 1.4m, 길이 2.3m의 발판 3~4개를 추가 설치해 작업자가 추락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다.

기존에 승강기 설치현장에서 사용된 강관(파이프) 10여개를 경사재(대각재)로 삼아 발판조차 없었던 ‘재래형 비계’와는 딴판이었다. 강관 비계는 승강로에 비스듬히 비탈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설치 방식도 현장별로 제각각이었다. 생명선은 있지만 강관 사이 바닥이 없는 구조여서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37명의 사망사고를 낸 주범으로 지목됐다.

시스템 비계는 하중을 지탱하는 지점을 대폭 늘려 안정화를 높였다. 재래형 비계가 단순한 빗금 모양이라면, 시스템 비계는 온전한 세모꼴이다. 비계 위에 작업자는 물론 강관 상부구조물 설치에 유리해 기계실 없는 승강기 트렌드에 적합하다. 인증 기준에 따라 최대 2.7톤(t)의 하중을 가해도 형상 처짐 등의 이상이 없도록 설계했다.

사진:안전보건공단 제공

재래형 비계는 승강로 안쪽 벽과 바깥쪽 바닥을 잇는 경사재, 경사재와 벽면을 잇는 수평재만 설치해 매우 불안정한 지지 구조였다. 반면, 시스템 비계는 승강로 바깥쪽 벽면이 수직재는 물론 3~4개의 수평재를 지탱한다. 수직재는 바닥과 벽면에 앵커볼트를 체결하고, 동시에 수평재를 경사재로 이어 무게중심을 잡았다. 수평재는 승강로 안쪽 벽면 끝에 앵커볼트를 체결해 지탱하는 형태다.

비계 개발을 주도한 전두성 은진산업 대표는 “길이 조절이 가능한 안전발판을 차용해 설치 현장별로 7~15인승까지 활용할 수 있다”며, “기존 강관 비계보다 관 사용량을 줄여 설치 시 운반해야 할 무게는 물론 설치 시간까지 줄이도록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제품은 개당 100만원가량에 제공될 전망이다. 개발 및 보급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를 클린 지원사업 조정 품목에 포함해 설치업체 또는 비계업체 사업주별로 최대 3000만원, 70%의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 유공발판 인증 기준에 더해 지난 8월 수평-수직-경사재의 삼각 프레임에 대한 인증 기준도 신설하며 업계 표준의 기틀을 마련했다.

안종주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4대 승강기 제조사와 은진산업 등과 합심해 지난 3년 동안 시제품 개발, 안전성능시험 등을 거쳐 지난해 전용 작업대 개발을 완료했다”며, “내년부터 더욱 많은 작업 현장에서 보급될 수 있도록 지원예산 확보 등을 통해 업계 표준화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득현 티케이엘리베이터 대표는 “티케이엘리베이터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이번 시스템 비계를 현장에 100% 적용해 물리적 위험 요인뿐 아니라 심리적 위험요인까지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후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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