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레스 베일의 맨손 골프스윙 폼. 웨일스 축구팀 감독 롭 페이지가 월드컵 기간에 대표선수들의 골프를 금지했다는 내용도 덧붙여있다. /사진:스카이스포츠 |
웨일스 감독 ‘골프 금지령’에
시뮬레이터로 대리 만족
잉글랜드 대표 케인과 함께
‘골프 고수’로 정평 나
가레스 베일(33)은 카타르 월드컵에 웨일스 대표로 출전했다.
B조에 편성된 웨일스는 지난 22일 미국과 조별리그 첫 대결을 벌여 1대1로 비겼다. 웨일스는 0대1로 지고 있다가 후반 막바지에 베일이 페널티킥을 성공해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웨일스는 1958년 이후 64년만에 월드컵에 출전한지라, 베일의 첫 경기 동점골은 그의 조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베일은 축구 다음으로 골프를 좋아한다. ‘마니아’ 차원을 넘어, 병적으로 골프에 집착(sicko)하는 지경으로 평가된다. 그는 “축구 선수가 안됐으면 프로골퍼가 됐을 것이다”고 말하곤 한다.
베일은 지난 8월 웨일스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카주오픈의 후원자였으며, R&A 앰배서더이기도 하다. 핸디캡 0인 스크래치 플레이어로 알려졌다.
조국이 60여년만에 월드컵에 나가고 그가 주장 완장을 찼지만, 베일은 하루라도 골프를 멀리할 수 없는 사람이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고 해도 약 열 흘, 조별리그를 통과한다면 보름 이상이 될 수도 있는 월드컵 기간에 골프클럽을 손에서 놓는다는 것은 그에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베일의 골프를 잘 아는 롭 페이지 웨일스 축구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월드컵 기간에 골프를 금지한다. 우리는 여기에 축구하러 왔다. 나흘마다 경기를 해야 하는데 다른 데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 이 원칙은 가차없다.”
카타르에는 골프장이 네 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가운데 도하에는 두 개(도하GC, 에듀케이션 시티GC)가 있다고 한다.
근처에 골프장이 있는데도 가지 못하게 된 베일은 궁리를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골프 시뮬레이터를 곁에 두는 것이었다. 베일은 웨일스팀이 묵고 있는 호텔안에 골프 시뮬레이터를 설치했다. 그것까지는 감독이 막지 못했나 보다.
웨일스의 공격수 마크 해리스는 “우리는 훈련 후 수영장·탁구장·당구장, 그리고 이 골프시뮬터에서 긴장을 푼다”고 말했다. 베일은 훈련 외의 대부분 시간을 골프 시뮬레이터와 함께 보내고 있다고 한다.
월드컵 B그룹에는 웨일스·미국 외에 이란·잉글랜드가 속했다. 웨일스는 25일에 이란과 2차전, 30일에는 잉글랜드와 3차전을 벌인다. 잉글랜드 주장은 해리 케인(29)이다. 케인도 핸디캡 2~4의 골프 마니아로 알려졌다.
핸디캡 0의 스크래치 플레이어로 알려진 축구 스타 가레스 베일. /사진:DP월드투어 |
베일은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 케인·손흥민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에서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웨일스가 조별리그를 통과할 경우 더 강한 상대팀과 대결해야 하므로 페이지 감독은 ‘골프 금지령’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 반면 “베일을 골프에서 떼어놓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감독도 알게 될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페이지 감독이 웨일스팀의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베일에게 ‘골프장行’을 허용할지 두고볼 일이다. 베일은 주장이고 그의 컨디션은 팀의 승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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