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리디아 고가 그립을 내려잡는 이유는?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11-25 07:21:01   폰트크기 변경      

리디아 고의 아이언샷.  그립을 짧게 잡고 있다. /사진:골프다이제스트
리디아 고의 드라이버샷 그립. 그립 끝부분에 손가락 두개 너비의 공간이 있다./사진:골프다이제스트


‘샷 컨트롤’에 도움주기 때문,

골프 입문 때 스리 쿼터 샷 익숙
쇼트 아이언샷, 바람불 때

특히 ‘그립 다운’ 효과 커

올해 미국LPGA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5)의 스윙 사진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유난히 그립을 짧게 잡는다는 것이다.

‘그립 다운’ ‘초킹(choking) 다운’ 등으로 부르는 그의 그립 내려잡기는 아이언샷 뿐 아니라 드라이버샷에서도 그렇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6위 브룩 헨더슨(캐나다), 예전에 활동한 미국 교포 앤서니 김도 유달리 그립을 짧게 잡는 축에 든다.

리디아 고가 그립을 짧게 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 배울 때부터 ‘거리’보다 ‘컨트롤’을 중시

리디아 고는 여섯 살에 뉴질랜드로 가 골프를 배울 때부터 그립을 짧게 잡았다고 한다.

그의 스승이었던 가이 윌슨은 주니어 골퍼들이 볼을 세게 치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대중적인 교육 철학과 달리,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도록’ 리디아 고를 단념시켰다고 한다. 물리치료에 관심이 있던 윌슨은 “처음부터 우리 목표가 최대한 멀리 치는 것이었다면 리디아 고는 더이상 골프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결국 선수의 몸을 망가뜨렸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요컨대 파워보다는 컨트롤을 우선했다는 얘기다. 자연히 리디아 고의 아이언샷도 컨트롤 위주로 가르쳤다. 그래서 지금도 공격적으로 스윙하는 미국LPGA투어의 젊은 동료선수들과 대조적으로 리디아 고는 그립을 내려잡고 어프로치샷을 하며, 그것은 그에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되고 있다.

리디아 고도 “나는 스리 쿼터샷을 많이 구사했다. 그래서 아이언으로 풀샷을 하는 것이 좀 어색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한때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사사했다. 레드베터도 리디아 고에게 그립 다운을 강조했다.

특히 정확도가 생명인 피칭웨지와 8,9번 아이언샷을 할 때에는 1인치 정도 그립을 내려잡게 했다. 그러면 컴팩트한 스윙을 할 수 있고, 탄도 조절이 쉬워진다. 샷 일관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레드베터는 “쇼트 아이언으로 오버스윙을 하거나 세게 치면 볼이 높게 떠 ‘캐리’ 컨트롤이 어려워진다. 바람이 불 때에는 더욱 그렇다”며 “그래서 항상 그립 끝이 보이는지 확인하게 한 다음 부드럽게 스윙하라고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그립 다운은 두 클럽 사이의 거리가 남았을 때 효율적이기도 했다. 목표까지 145야드가 남았고 7~8번 아이언 사이에서 망설일 때 7번아이언을 꺼내 그립 다운을 하고 샷을 하는 것이다.

리디아 고는 드라이버샷을 할 때에도 그립을 내려잡곤 한다. 특히 온힘을 들여 샷을 할 필요가 없고 정확성이 더 관건인 상황에서 그립을 손가락 두 개 너비만큼 내려잡는다. 그러면 컨트롤이 좋아져 결정적인 순간 원하는 곳에 볼을 떨굴 확률을 높여준다고 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지난 2019년 “리디아 고의 ‘고-투 티샷’은 그런 그립 조정에서 출발한다”고 적었다.

그립을 내려잡으면

대개 그립 끝을 잡으면 풀샷을 하게 마련이다. 100%의 힘으로 샷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예상밖의 실수가 나올 수 있고, 거리는 맞아도 방향이 틀어지는 수가 많다.

그립을 내려잡으면 그 클럽의 스윙웨이트(밸런스)는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그러면 팔뚝·손목·손을 더 많이 움직일 수 있다.

그립을 내려잡으면 샤프트가 휘어질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어 샤프트는 조금 딱딱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볼을 낮게 날아가게 한다. 골프에서는 볼이 낮게 날아갈수록 곧게 간다.

그립을 내려잡으면 아무래도 그 클럽의 제거리가 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한 번호 긴 클럽을 선택해 그립을 내려잡으면 원하는 거리를 맞출 수 있다.

긴 클럽을 들고 그립을 내려잡으면 스윙을 한결 부드럽게 할 수 있다. 특히 바람이 불 때에는 스핀을 줄여 볼을 붕 뜨게 하지 않고, 좌우 편차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립을 내려잡으면 마음속으로 ‘나는 이미 충분한 클럽을 들고 있으므로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스윙을 하면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

미국PGA투어 6승 가운데 3승을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파드리그 해링턴(51·아일랜드)은 “어프로치샷을 할 때 그립을 내려잡으면 컨트롤이 아주 좋아진다”고 조언한다.

100m 안팎의 비교적 짧은 거리에서 퍼팅그린을 놓치곤 하는 골퍼들은 한 번쯤 긴 클럽을 선택한 후 그립을 내려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김경수 골프라이터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이경택 기자
ktlee@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