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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이창기 한국시멘트協 부회장 “안전운임 3년간 운임비 58%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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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2-12 06:00:30   폰트크기 변경      

파업 피해액 1181억...시장경제에 맡겨야

운임위 구성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3년 연장 강행하려면 운영 방식 개편해야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 7일,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충북 단양지역의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앞에서 총력투쟁을 결의하며 집회를 이어갔다. 정부로부터 사상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기사들은 경찰병력 800여명의 비호를 받으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출하를 진행했다. 9일 시멘트 출하가 정상화된 시점까지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 업계의 누적 피해액은 약 1180억원. 이는 2003년 화물연대의 첫 파업이 있은 후 사상 최대 피해액이다. 당ㆍ정이 산업계와 협의도 없이 화물연대에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약속했음에도 파업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은 시멘트 업계는 시장경제 원칙의 부활을 요구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소재 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이창기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은 “설령 3년 연장을 하더라도 현행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시멘트 업계의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파업 기간 피해액이 1181억원으로 지난 6월 파업의 피해규모(약 1060억원)를 훌쩍 넘어섰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덕분에 파업 기간에 비해 피해액은 다소 적지만, ‘정맥 산업’인 시멘트의 특징을 감안할 때 연관 산업 피해액까지 따지면 조단위 피해액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산업 자체의 규모는 4조원이지만, 후방산업인 레미콘이 8조원, 건설이 최소 250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답답하다. 내가 화물연대라면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지 않을 거 같다.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모두 챙기려다 보니 이 사달이 난 거다.

현행 안전운임제의 문제점을 짚어 달라.
자유계약 원칙을 어기고 운임료의 하한선을 정하는 게 과연 타당할까. 2006년부터 제기된 표준운임제를 문재인 정부에서 안전운임제라고 이름을 바꾸며 산업계에 ‘안전’ 프레임으로 경제적 부담을 강요했다. 안전운임제 도입 후 시멘트사들의 운임비를 조사해보니 A사의 경우 최대 58%가 올랐더라. 안전운임제를 최저임금제와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데 둘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완전 개방된 노동 시장은 하하선을 두고 보호하는 게 맞다. 그러나 공급자를 제한한 화물운송은 카르텔 시장이다. 사적계약과 사적자치가 존중돼야 할 영역에 정부가 가격 하한선까지 둔 사상 초유의 입법사례다. 특히 제도 도입 후 교통사고가 오히려 더 늘었다는 문제 제기도 나오는 만큼 제도의 실효성을 살펴야 한다.

카르텔 시장이란 뜻은.
화물운송은 진입장벽이 굉장히 높다. 우선 지자체로부터 사업자 허가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후 화물운송차량으로 등록을 위한 수급심의와 화물운송기사 자격 심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3단계 장벽을 만들어 화물차량 공급을 통제하는 가운데 안전운임제가 도입되다 보니 적재량 제한으로 시멘트는 차량 자체가 10% 부족해졌다. 그러면 공급을 풀어줘야 하는데 정부가 추가 공급은 또 막았다.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를 통해 다른 분야로 화물기사를 빼앗기지 않으니 산업계도 이득이라고 말한다.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 안전운임제 도입 전부터 이미 공급이 막힌 시장이다 보니 화주보다 차주와 운송사의 권한이 막강했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두고 국회에서 여야 충돌이 발생했다. 업계 입장은 어떠한가.
2018년 국회 통과 당시 안전운임제는 정부가 민간계약 시장에서 시장경제체제를 뒤로하고 최저가격제를 강요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당시 헌법체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럼에도 제도가 강행된 배경은 우선 3년간 제도 실효성을 지켜보자는 정부의 약속 때문이었다. 모든 비용 부담이 산업계로 전가됐는데, 3년 후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멘트 업계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럼에도 굳이 제도를 강행하려면, 최소한 안전운임위원회 운영 방식은 전면 개편해야 한다.

운임위원회 운영에 대한 제언이 있나.
우선 화물연대는 책임지고 운임비 책정 근거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 안전운임은 매년 안전운임위원회 내 협상을 통해 결정되는데 위원 구성 방식이 화주 대표 3명, 운송사 대표 3명, 차주 대표 3명, 공익위원 4명 등 13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운송사와 차주의 이해관계가 같고, 공익위원 내에도 노동계 성향의 위원이 있어 이미 과반이 형성된다. 산업계가 운임비 인상률이 너무 높다며 반대해도, 소용이 없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산업계가 모두 의결에 불참해도 통과가 강행된다. 이런 식으로 3년간 운임비가 최고 58%나 올랐는데 화물연대 측은 신뢰할 수 없는 인상 근거만 내놓고 있다. 화물차 이동거리 측정기록만 공개하면 간단한 일인데 공개를 거부한다. 만약 3년 연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운임위가 운영된다면 시멘트 업계는 정부 결정을 수용하기 어렵다.



원자재 가격이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안전운임제 3년 연장으로 원가 부담이 높아졌다. 내년 시장 전망은.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약 5030만t으로 예상된다. 업계 내부 전망치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이 가운데 유연탄과 요소수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의 마비,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매출액 감소까지 예상된다. 내년 시멘트 예상 출하량은 약 4800만t으로 협회 차원에서는 4.6% 감소 전망치를 내놓았는데, 일부 회원사는 내년 전망을 더 암울하게 보기도 한다. 상당히 걱정스럽다.

올해 가격을 두 차례나 인상했는데도 부족하다는 뜻인가.
워낙 국내외 경제상황이 엄중하다 보니 명확히 말하기 매우 곤란하나, 국제 유연탄 시세 안정은 요원한 상황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전력요금이다. 국내 에너지 가격도 국제 수준에 수렴되기 때문에 EU와 엇비슷한 수준의 인상률이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악의 생산 환경 속에서 올해 일본에서는 70년 업력의 시멘트사 덴카(Denka)가 문을 닫았다. 국내에는 충격 그 자체의 사건이었다. 우리 시멘트 산업도 혹독한 시련과 마주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두 번에 걸친 가격 인상은 그만큼 절박함이 담긴 고육책이었다는 점을 수요업계가 이해해주길 바란다.

안전운임제란? 화물차 기사에게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주지 않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화물차 기사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운임을 받으며 과로ㆍ과속ㆍ과적으로 내몰리는 걸 막자는 취지로 2020년에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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