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전 뜻밖의 1벌타로 탈락했던 사만다 와그너(미국)가 1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미국LPGA 투어카드를 손에 쥐었다./사진:엡손투어 |
지난 12일(한국시각) 미국 앨라배마주 하일랜드 오크스GC에서 끝난 2022미국LPGA Q시리즈에서는 예년처럼 선수들간 희비가 엇갈렸다.
2년 연속 수석합격자를 낸 한국 여자골프, ‘3수’ 끝에 투어 카드를 거머쥔 박금강은 환하게 웃었지만, 2타차로 풀시드를 받지 못한 니시무라 유나(일본)는 얼굴을 가리고 울먹였다. 니시무라는 공동 24위로 조건부 시드를 받았건만, 풀시드를 획득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나 보다. 그는 Q시리즈 출전 선수 가운데 세계랭킹(44위)이 가장 높았다.
이번 Q시리즈에서 내년 미국LPGA투어 멤버 자격을 획득한 46명 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겠지만, 공동 6위(8라운드합계 23언더파 551타)로 풀시드를 받은 사만다 와그너(26·미국)의 스토리가 화제다.
와그너는 지난해 Q시리즈에서 1타가 뒤져 72홀 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2부(엡손)투어에서 1년동안 절치부심해야 했다. 그 1타는 바로 골프 규칙 위반에 따른 것이었고, 아무도 몰랐기에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던 일이었다.
와그너는 지난해 12월 Q시리즈에 응시했다. 미국LPGA Q시리즈는 총 8라운드로 치러진다. 1차대회(1~4라운드)에서 공동 70위까지 커트를 하고, 커트를 통과한 선수들만 2차대회(5~8라운드)를 벌인다.
와그너는 지난해 1라운드 6번홀(파5) 퍼팅그린에서 평생 잊지못할 실수를 했다. 그린에 멈춘 볼을 집어드는데, 그만 마크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 마크하지 않고 볼을 집어들면 1벌타가 따른다. 볼을 그린으로부터 6인치(약 15㎝) 정도 들어올리는 순간 ‘아차!’ 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는 깜짝 놀라 볼을 제자리에 내려놓고 마크를 했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은 없었지만 그는 그것이 페널티가 따르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챘고, 바로 경기위원을 불렀다. 당연히 1벌타가 부과됐다. 와그너는 “당시 5초동안 정신을 잃었다. 그 순간을 넘기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나흘간 벌어진 1차 대회에서 그는 합계 288타를 기록했다. 단 1타가 모자라 커트 탈락하면서 2차 대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러고 다시 엡손투어로 돌아갔다.
2017년 프로가 된 와그너는 2021년까지 4년간 엡손투어에서 뛰면서 상금랭킹 17위 이내에 든 적이 없다. 그러나 올해에는 다섯 번 ‘톱10’에 들었고 결국 Q시리즈를 통과하면서 목표로 했던 미국LPGA투어에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올해초 ‘현재에 머무르고, 서두르지 않으며, 페널티를 포함한 멘탈 오류를 피하고, 궁극적으로는 미국LPGA투어 멤버가 되자’는 목표를 세웠다. Q시리즈 마지막날 그 꿈이 구체화되기 시작하자 클럽하우스에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눈물을 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한다. 중압감이 큰 대회에서 돌출 변수가 승부를 가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나 자신보다 앞서고 싶지 않았다”는 그의 말에서 1년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절실함이 배어난다.
와그너는 이번 Q시리즈에서 8라운드 내내 그린에만 올라가면 먼저 볼마커를 손에 든 채 왕래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551타의 스트로크 속에 단 하나의 페널티 없이 투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와그너는 갤러리로 와있던 어머니와 오랫동안 포옹했다. 골프백을 메었던 아버지는 그런 모녀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했을 법하다.
그는 “긴 여정이었다. 그것이 여기 있는 46명의 선수 모두 열심히 한 이유일 것이다. 투어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정말 기쁘고 흥분된다.”고 소감을 말했다. 미국 골프채널은 ‘와그너가 1년전 치른 값비싼 페널티를 투어 카드 획득으로 보상받았다’고 적었다.
한편 올해 Q시리즈에서도 1년전의 와그너처럼 양심을 택해 실격당한 선수가 있다. 알라나 우리엘(미국)은 지난 3일 2라운드를 마친 후 한 홀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 적어낸 것을 발견하고 위원회에 자진신고, 실격을 감수했다.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그가 내년 이맘때 어떤 얘깃거리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