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JLPGA 입회식에서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과 나란히 선 정지유. /사진:GDO |
국내 ‘무명’ 정지유, 일본에서
집중 조명받은 이유
프로테스트 통해 JLPGA 입회,
내년 日 2부투어 활약
키 173㎝ ‘모델 체형’
이보미·김하늘 인기 버금갈듯
지난 며칠동안 일본 골프계에서 화제가 된 한국 선수가 있다. 국내팬들에게도 낯선 정지유(26)가 그 주인공이다.
정지유는 지난달 열린 JLPGA 프로테스트에서 단번에 합격했다. 당시 649명이 응시해 최종 20명이 합격했으므로 42.45대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그러나 내년 출전권이 걸린 퀄리파잉 토너먼트는 통과하지 못했다. 따라서 그는 내년에 JLPGA투어 대신 스텝업(2부)투어에서 활약하게 된다.
정규투어도 아닌, 2부투어에서 활약하는, 그것도 한국에서 온 ‘무명’ 선수에 대해 일본 언론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외모 때문이다.
정지유는 키 173㎝에 체중은 58㎏이다. JLPGA투어에서 뛰는 윤채영(172㎝)보다 크다. 그동안 이보미-김하늘-안신애 등에게 관심을 쏟아왔던 일본 언론들은 정지유가 비록 2부투어 선수이지만 앞선 세 선수를 이어나갈 한국 출신 ‘필드 모델’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정지유는 지난 12일 다른 19명과 함께 JLPGA 입회식을 갖고 13일부터 나흘동안 신입회원 세미나 과정을 밟고 있다. 그 과정을 이수하면 내년 1월1일자로 JLPGA 멤버가 된다.
일본 언론은 입회식에서부터 정지유를 취재하고 세미나 장면도 사진을 찍어 공개할 정도다.
정지유가 국내 대회에서 플레이하는 모습. /사진:KLPGA |
1996년생인 정지유는 18세 때 골프에 본격 입문했다. 선수로서는 ‘늦깎이’이라 할 만하다. 2014년에 KLPGA 점프(3부)투어에서 뛰었고 KLPGA에는 2015년8월에 입회했다. 그 이후로는 주로 드림(2부)투어에서 활약했다. 2020년 7월에는 드림투어 9차전에서 우승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적을 낸 덕분에 그 이듬해 KLPGA투어에 진출했다. 2021년 KLPGA투어 2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5개 대회에서 커트통과한 끝에 상금랭킹 103위로 시드를 잃었고 올해 드림투어에서 활약하던 중 일본 프로테스트에 응시했다.
그는 “평소 일본 여행을 많이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일본에 갈 수 없게 돼 아쉬웠는데 일본에서 골프선수로 활약하면 일본에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일본에서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테스트에 응한 이유를 설명했다. 정지유는 세미나에 참석해서도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일본인들의 친절과 환대, 일본의 음식과 문화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정지유가 지난달 프로테스트에 합격하자 대번에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2000~3000명 늘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 일본인들의 신청이 많았던 것은 물론이다.
정지유는 신입선수 세미나에서 느낀 점도 얘기했다. “한국에서는 골프 규칙이나 대회에 관해 주로 설명하는데 일본에서는 ‘매력적인 프로골퍼가 되기 위한 연출술’ ‘선수들이 해야 할 일과 상대에 대한 예의’ 등을 세세하게 얘기해줘 즐겁게 듣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유는 큰 키에도 쇼트게임에 자신이 있다고 한다. 내년에는 2부투어에서 뛰지만 정규투어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내년말에는 퀄리파잉 토너먼트 대신 곧바로 JLPGA투어로 가고 싶다”며 “일본팬이 많았던 이보미·김하늘·안신애 선배들처럼 여러 사람에게 존경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지유는 내년에 2부투어가 주무대이지만, 가끔 스폰서 초청 등으로 JLPGA투어에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계속 일본 언론의 조명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기량’이 출중해야 한다. 내후년에도 2부투어에 잔류한다면 그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김경수 골프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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