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언주로 칼럼] 금리왜곡 후폭풍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2-12-19 18:34:10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연말을 앞두고 당국이 금리결정에 적극 개입하는 이른바 ‘신(新)관치’로 시중금리 전망이 안갯속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는 3.25%로 0.25%포인트 인상됐지만, 12월 정기예금 금리는 되려 내려갔다. 한때 6%를 웃돌던 은행권의 수신 금리는 금융당국의 제동으로 최근 5% 미만으로 주저앉았다. 시장금리는 당연히 정책금리인 기준금리의 영향권이라 생각했지만 빗나가고 말았다.


이는 기준금리를 당국이 스스로 거슬렀기 때문이다. 위기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겠으나 금융안정 해법은 될 수 없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금융당국은 대출금리는 물론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ㆍCOFIX) 산출에 영향을 주는 예ㆍ적금 금리까지 인하를 촉구했다. 이는 예금 고객의 이자소득으로 금융사가 대출 금리를 내리는 비용을 대도록 한 꼴이다. 금융소비자가 분통이 터질 법한 일이다.


소비자가 체감할 만큼 수신 금리는 빠르게 떨어졌다. 코픽스 상승에도 일부 은행은 당국 ‘눈치’에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내리긴 했다.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逆)머니무브’가 일순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개입으로 ‘역무브머니’를 해소하겠다는 건 일차원적이다. 은행권에 돈이 쏠리는 것은 내년 경기전망이 살얼음판이니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진 탓도 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 들어 금리를 조정해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돼 있지만, 미국 Fed로부터는 독립돼 있지 않다.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이 내년 최종 금리 수준을 최대 5% 후반까지 올린단 관측도 나오는 만큼 금리인상 압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내년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에도 금융당국은 지금 같은 기조로 압박을 이어갈 것인가.


기준금리는 초단기금리인 콜금리에 즉각 영향을 미치고, 장ㆍ단기 시장금리의 변동으로 이어져 실물경제에 하방위험으로 작용한다. 시장원리를 거스르면 실물경제 충격이 커질 수 있다. 기준금리를 심사숙고해 결정해야 하고, 시장금리는 시장의 자율성에 맡겨둬야 한다. 


금융권도 ‘관치’가 달갑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는 예대금리차를 이유로 예금금리를 올리라고 하더니 지금은 반대로 예금금리를 내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장상황과 다르게 움직이는 금리는 혼란을 가중시키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막는다. ‘착한 관치’든 ‘신관치’든 해석은 중요치 않다. 시장금리 왜곡으로 탈이라도 나면 그땐 ‘착한 관치’가 책임질 것인가.


금리는 경제 온도계다. 인위적인 개입으로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온도계’ 자체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자금의 수요ㆍ공급 조절’이 금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괴리가 커지면 기준금리를 통한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된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정책은 시장의 자율회복 기능을 정지시키며, 국민도 기업도 힘들게 해 민생을 도탄에 빠뜨릴 뿐이다.

사진:연합

심화영기자 doroth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