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이 2023년 협회 창림 50주년을 맞이해 새해 전략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안윤수기자 |
[대한경제=김승수 기자] 대한민국 안전을 위해 힘써온 화재보험협회가 2023년 50주년을 맞는다. 협회는 200여명의 직원이 있고 직원 1인당 평균 자격증 보유 개수가 3.5개일 만큼 뛰어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석ㆍ박사 역시 71명에 달한다. 협회는 전국에 있는 5만4000건에 달하는 특수건물 안전점검을 주업무로 하면서 화재로부터 인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화재보험협회의 가장 아픈 점은 국민들이 협회가 하는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협회가 50주년을 맞으면서 꼭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경제>는 강영구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을 만나 협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화재보험협회 이사장 취임 9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협회는 지난 50여년간 맡겨진 화재예방활동을 성실히 수행해 왔으나, 외부에서 협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고 내부적으로 조직의 정체성과 비전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 지난 3월21일 취임 후 제일 먼저 조직을 진단하고 미래비전을 설정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협회의 미래를 함께할 젊은 직원들 위주로 혁신전략TF를 구성하고 함께 소통하면서 협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새로운 50년의 비전을 만들었다. 협회의 미래와 가장 오래 함께할 직원들이 마음껏 조직의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하고 결과를 조직 전체와 소통하면서 함께 만든 비전이라 더 의미있고 실행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TF운영을 통해 △세계 최고 위험관리전문기관 위상 달성 △보험산업의 주춧돌 역할 수행 △자립도 향상을 위한 기반 구축 △수익사업 적극 발굴 △조직과 인사제도 재정비를 통한 조직문화 활성화라는 목표를 도출했다.
▲세계 최고의 위험관리 전문기관이란.
위험관리는 두 축, 즉 방재기술분야와 보험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국책연구자료와 2020년 재난안전 분야 기술수준 및 기술만족도 조사 분석 등을 보면 우리나라의 방재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약 70~80% 수준으로 평가돼 있다. 세계화 추세에 맞춰 국내 방재기술도 많이 선진화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선진기술들을 벤치마킹한 측면이 강하다. 미국과 같은 최고기술 보유국 대비 국내 안전기준 등은 기술격차가 8.2년으로 조사된 연구사례가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된다. 제품으로 비교하자면 방재기술에서도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문기관인 NFPA는 안전기준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기준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협회는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서 국제표준기구(ISO)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화재분야의 국제기준 제·개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보험분야도 중요하다. 결국 우리 협회에서 생산된 정보데이터들이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리스크 분석과 보험인수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가고자 한다. 특히, 보험분야의 최종 수요자인 세계 재보험시장에서 인정받는 리스크 관리 수준이 돼야만 세계 최고 위험관리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협회는 국내외 여러 방재기관과의 기술교류, 세계 최고의 위험관리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세계적인 위험관리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위험관리와 보험과의 연계 의미는.
과거 위험관리는 예방이라는 기술적 측면으로 이해됐지만,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보험을 통한 위험관리가 주를 이뤘다. 그래서 보험회사들이 손해율을 낮추기 위해 방재기관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우리 협회도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설립됐고 자연스럽게 예방적 위험관리와 보험을 접목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타 위험관리기관은 엔지니어링에 기반한 점검을 주로 하고 있는 반면, 우리 협회는 엔지니어링과 보험금융이 융합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방재기술이 발전하면 사고가 줄어들고 보험손해율을 감소시키므로 손해보험산업에 있어서 위험관리는 중요하다. 최근에는 화재뿐만 아니라 침수, 폭우 등 자연재해, 붕괴 등 재난이 다양화되고 있다. 우리 협회에서는 축적된 위험관리의 노하우를 보험산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건물의 언더라이팅 정보 외 다양한 사고통계 데이터, 지식자산, 방재시험연구원의 연구결과 등을 일반보험 플랫폼을 통해 제공해 손해보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방재기술 역시 세계화가 중요하다. 선진화 방안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 초고속성장을 추구하면서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최근까지도 후진국형 대형 재난이 발생하는 등 안전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경제력에 걸맞은 안전의식을 제고하고 안전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공급체인이 연결된 상황에서 재난사고는 기업에 치명적인 위험이다. 이제는 안전을 최우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힘든 시대가 됐다. 정부를 포함해 모든 국민들의 의식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의식전환과 더불어 방재기술을 선도하는 선진 기관들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화재보험협회는 세계적으로 기준제정을 선도하는 미국방화협회(NFPA)의 기술위원회(T/C)에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방재시험연구원도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화재안전 및 건축음향분야에서 국내 간사기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면서 선진 국제표준을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 수준에 맞도록 KS 국가표준을 개발하고 안전인증 역량강화사업과 같은 국가연구개발을 통해 민간기업에 세계적 수준의 표준기술력을 보급하고 확산하는 역할도 수행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협회가 일반 국민들에게 다소 생소한데 그 이유와 극복방안이 있다면.
화재보험협회라는 명칭이 안전점검을 주로 수행하는 방재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잘 매칭이 되지 않는 부분이 가장 크다. 또한, 협회의 업무 성격상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주로 소수의 특수건물 관계인들과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안전점검 시 홍보를 위한 화재예방 포스터 등을 배포하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은 이러한 홍보물들을 보더라도 소방서에서 배포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협회의 다양한 공익적 활동과 기여도에 비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협회 공식 유튜브에 화재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리튬이차전지 화재위험성’ 등 다양한 아이템을 소개하고, 방재기술 자료를 포함한 정보지 형태의 웹진 발행을 통해 일반 국민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어린들에게 실시하는 안전교육은 우리 사회 안전문화 정착에 가장 밑바탕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어린이 대상 재난안전교육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불조심 어린이마당 행사도 매년 개최하고 있다. 재난안전교육 및 불조심 어린이마당을 통해 150만명(누적 교육인원)에 대해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또한, 12월부터 Webinar(Web + Seminar, 인터넷상에서 열리는 세미나)를 개최, 국민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위험관리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려고 한다.
▲지난 50년간 협회의 역할과 향후 50년의 협회 비전은.
협회는 설립 이래 지난 50년간 대한민국의 특수건물 안전점검을 포함해 화재와 관련된 방재기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고, 자타 공인 국내 최고 위험관리 전문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다가올 50년은 화재 및 각종 재난을 예방하는 종합 위험관리 기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위험관리 분야의 국내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위험관리 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협회 임직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런 협회의 노력으로 사회 안전망은 더욱 촘촘히 구축될 것이며, 국내의 방재기술력 또한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되리라 확신한다.
대담: 이주엽 금융부장/정리=김승수기자s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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