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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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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12-28 06:00:17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인기리에 종영됐다. 첫회 6.1%의 시청률로 출발한 드라마는 매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더니, 지난 25일 마지막회에서 26.94%를 찍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올해 미니시리즈 중 시청률 20%를 넘긴 건 이 드라마뿐이란다.

흥행요소는 다양했다. 드라마 시작 전 ‘특정 인물 및 기업과는 관계 없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극 전개는 사전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시청자들로 하여금 현실과 오버랩하게 만들었다. 경제성장기 재벌의 형성 과정은 알고 있어도 관심을 끌었고, 일반인은 가늠할 수 없는 재벌가의 생활양식 및 최고 자리를 향한 형제들의 암투는 관음증적 흥미를 유발했다.

드라마는 30여년의 시차를 두고 인생 2회차를 사는 주인공이 재벌가의 치다꺼리를 수행하는 인물에서 제목대로 재벌집 막내아들로 새롭게 태어난 뒤, 결국 재벌의 실질적인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다.

적지 않은 시간을 압축해 놓았지만, 그 속에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나열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와 KAL기 폭파,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 1993년 문민정부 출범,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IT버블 붕괴, 2001년 9ㆍ11테러, 2002년 한일월드컵과 신용카드 대란 등이 다뤄졌다.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은 고비 때마다 승승장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

반면 기자가 느끼는 감정은 조금 달랐다. 통쾌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앞섰다. 또한, 뒤에 따라오는 ‘주인공의 판단대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거나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기에 미래를 예측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이 결과적으로 고성장을 멈추게 했고, 부의 양극화를 가져왔으며, 저출산ㆍ고실업 등 사회적으로도 피폐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서민들의 고된 삶은 현재진행형이란 점이다. 삼포세대로 시작된 삶에 대한 비관론은 이제 숫자를 세는 것조차 무의미해 N포세대로 통칭되고 있다.

앞으로도 문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한국은행(1.7%), 한국개발연구원(1.8%)보다도 낮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가 큰 고비라면서, 이를 넘지 못하면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금리에 물가상승, 공공요금 인상, 부동산 가격 하락, 사상 최대 폭의 무역수지 적자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우호적이지 않다. 이쯤 되면 재벌집이 아닌 ‘대통령실 막내아들’이 새로 태어나야 할 듯하다.

다만,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우리 국민의 저력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변되듯,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경제와 민주주의 성장을 이뤄낸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드라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외환위기 당시 전국에 퍼졌던 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실제 참여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가슴이 뜨거워졌다.

정회훈 산업2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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