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 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이 강남이었다면 어땠을까?” 최근 부동산업계의 화두 중 하나다. 속칭 ‘둔촌 주공 구하기’로 불리는 정부의 전방위적 부동산규제 완화책의 절묘한 타이밍을 둘러싼 논란과 닿아있다. 다들 고개를 젓는다. 강남3구였다면 이렇게 빠르고 과감한 규제개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국회를 장악한 거대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과 여론의 역풍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이제 막 국민 지지율 40%대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은 원희룡 장관이 1ㆍ3대책 직후 인터뷰를 통해 거듭 강조한 “강남3구와 용산구를 남겨놓은 거기에 깊은 뜻이 있다는 걸 국민들께서 아셨으면 좋겠다”는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강동구가 둔촌 주공이 신축된 1979년 이전만 해도 강남구에 속한 점이다. 1979년 탄천 동쪽이 강남구에서 강동구로 분구했고, 1988년 강동구 중에서 송파구가 분구했다. 분구 과정에서 둔촌 주공이 강남구에 남았거나 송파구에 들어갔다면 ‘둔촌 주공 구하기’가 불가능했을 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PF부실발 부동산위기, 나아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버금가는 경제위기가 빨라졌을 지도 모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을 통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만 16조5000억원이다. 2월과 3월에도 각각 10조원과 5조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둔촌 주공을 재건축한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PF ABCP 7231억원이 미계약 사태로 인해 상환에 실패한다면 부동산시장은 쑥대밭이 될 수도 있다. 1만2032가구의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이자, 범강남권의 알짜단지마저 미분양으로 자금 조달이 삐걱거린다면 지방권, 경기권은 물론 서울 외곽 부동산의 자금조달 길마저 막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둔촌 주공 구하기’는 전매제한,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의식한 미청약자들의 반발을 샀지만 부동산시장과 실물경제 차원에서 보면 시의적절해 보인다. 4786가구의 둔촌주공 일반분양분 중 절반만 미계약돼도 작년 11월말 기준 865가구인 서울의 미분양아파트는 3000가구를 넘는다.
강남3구는 부동산정책 측면에서 보면 지뢰밭으로 통한다. 역대 정부 가운데 강남을 건드려 성공한 전례가 없다. 그렇다고 현금 부자들이 밀집한 강남3구의 규제까지 굳이 푸는 무리수를 둘 필요도 없다. 이미 급매물이 속속 소화되고 과거 신고점까진 아니더라도 가격이 반등할 기미를 보이는 등 자생 여력이 충분한 속칭 ‘그들만의 리그’인 탓이다. 보수정부의 강점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유능함’이 아닐까. 참여정부의 반시장적 부동산정책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강남은 내버려두자. ‘MB정부 시즌2’로 불리는 현 정부로선 오히려 ‘강남3구를 푸대접’할수록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지금 정부가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할 과제는 ‘깡통전세’로 인한 임차인들의 피해 구제책이다. 보수가 가장 잘하는 시장의 힘을 빌릴 것을 제안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공공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공공주택만 건설해선 부동산시장 불안을 잠재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세자금 퇴거대출이 묶인 집주인들의 세제상 숨통을 틔우는 방식처럼 역전세난 극복에도 민간의 동력을 적극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국진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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