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올해의 車 연거푸 수상
美유럽 등 주요시장 점유율도 ↑
현대차, 테슬라 맞먹는 혁신기업
전기차 제조능력 세계 최고 평가
강성노조, 산업 경쟁력 갉아먹어
높은 법인세전기료도 큰 부담
각국 자국우선주의法 속속 시행
비야디 앞세운 중국도 추월 태세
규제완화ㆍ환경변화 없인 치명상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사진: 안윤수기자 ays77@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강성 노조와 규제 일변도의 포지티브 정책이 한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은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한국 전기차는 ‘세계 올해의 자동차’(현대차 아이오닉 5), 북미 올해의 차ㆍ유럽 올해의 차(기아 EV6) 등 유수의 자동차 상을 휩쓸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국ㆍ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늘렸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우선주의 법안이 한국 전기차 산업의 위협요소로 다가오고 있으며,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한국이지만, 강성노조와 각종 규제에 따른 비용부담 등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김 회장은 “미국 등 주요국이 국내 기업을 유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우리 전기차 산업이 ‘퍼스트 무버’(선도자)의 입지를 더욱 다지기 위해선 기업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한국 전기차 산업 경쟁력을 평가한다면.
=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혁신적인 업체가 현대차그룹이다. 우수한 품질의 전기차 모델을 지속 출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만큼 완성도 있는 플랫폼을 개발한 제조사가 많지 않다. 제네럴모터스(GM), 폭스바겐 정도를 제외하면 현대차를 따라오지 못한다고 본다. 게다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반도체도 우리가 제일 잘 만들지 않나. 전기차 제조능력만큼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만큼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올해도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기아 EV9 등 다양한 형태의 전기차 모델 출시가 예고됐다. 글로벌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늘어나게 된 만큼 올해도 상당한 진전을 이룰 것이다.
△약점은 무엇일까.
=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고액연봉을 받는 강성노조가 파업을 무기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법인세와 전기료 등도 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긴다. 이 모든 게 결국 신차 가격에 포함된다. 한국은 자동차 4대를 만들면 이 중 3대를 수출하는 나라다. 수출지향 국가인 한국에게 가격경쟁력 악화는 치명적이다.
규제도 너무 많다. 기업이 제대로 된 역량을 펼치기 어렵다. 이런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의 선도자 지위를 지키기 힘들 것이다.
△미국 IRA법 등 자국우선주의 법안도 위협이 되고 있다.
= 미 IRA법과 유럽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으로 국산 전기차 가격경쟁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판매량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이들 법안이 말하는 건 팔고 싶으면 자기네 국가에 들어와서 만들라는 거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치명적이다.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상대국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탈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강대 강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한국에서 많이 팔아봤자 1년에 1만대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그 몇 배에 달하는 전기차를 미국에 팔고 있다. 미 IRA법에 상응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식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면 결국 고꾸라지는 건 우리다.
△또 다른 위협요소는 없을까.
=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BYD 등 주요 업체의 전기차 생산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인데, 가격까지 저렴하다. 조만간 국내에도 진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관세 등을 다 물려도 국산 전기차보다 30% 이상 저렴할 수 있다.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워낙 싸니 많이 팔릴 것이다. 이미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중국이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기술격차를 더욱 벌리거나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식으로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강성노조와 규제일변도 정책이 산업계 발목을 잡는다면, 결국 중국에 점유율을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 충전소 보급 속도 등 충전인프라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 지난해까지 국내에 전기차가 39만대 정도 보급됐는데, 올해는 55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걸맞게끔 충전시설이 확보돼야 하지만, 부족한 느낌이 없지 않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보급된 충전기가 급속 2만기, 완속 17만기 등 약 19만기 정도다. 전기차와 충전소는 ‘바늘과 실’ 관계라, 충전소 역시 양적 팽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충전소 보급은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공 충전기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도를 보완하는 등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민간이 충전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충전요금도 이윤을 남길 수 있을 수준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데, 시장 저항없이 자연스럽게 인상할 수 있는 전략이 요구된다.
질적 관리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국내 환경에 맞게 충전소를 보급하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회전이 빠르고, 신속한 이동이 요구되는 공간엔 급속 충전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완속 충전기는 아파트 주차장 등 거주지역 위주로 설치돼야 할 것이다.
충전기마다 서로 다른 충전카드가 필요한 부분도 해결돼야 할 과제 중 하나다. 하나의 교통카드로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 역시 하나의 카드만으로 전국 어디서나 사용 가능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움직여야 한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사진: 안윤수기자 ays77@ |
△최근 화재사건 등으로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데.
= 사실 화재사건 자체는 전기차보단 내연기관차에서 더 자주 일어난다.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는 가운데, 화재가 발생하면 확산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점 등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것 같다.
공공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순 보급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캠페인 등을 통해 예방법이나 비상조치 방법 등을 숙지시켜야 한다. 차량 하부에 배터리가 있는 전기차는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주의가 필요하고, 젖은 손으로 충전을 하는 것도 굉장히 위험하다. 이런 내용들에 대한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며, 올바른 전기차 활용법을 알리고 보급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올해 한국전기자동차협회의 사업 계획은?
= 전기차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1년 약 670만대에서 지난해 1000만대까지 늘었다. 그리고 올해는 15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시장에서 우리 전기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협회는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중앙정부 및 관계부처 등과 긴밀히 소통하는 식으로 민과 관의 매개체 역할을 적극 수행하고자 한다.
또한, 전기차 뿐 아니라 충전인프라에서도 한국이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형 충전 모델이 국내에서만 성과를 내는 게 아닌, 또 다른 수출 상품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게 목표다.
강주현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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