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면서 국내에서도 관련 법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나와 같은 가상화폐도 증권으로 보고 권 대표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처벌하려는 검찰 수사에도 힘이 실릴 수 있게 돼서다.
미국 증권위원회(SEC) 16일(현지시간) 테라USD(UST)·루나 발행사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라폼랩스와 권 대표는 무기명증권을 제공·판매해 개인과 기관 투자자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등 최소 400억 달러(약 51조7천억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SEC는 권 대표 등이 UST와 미 달러화의 1대 1 교환 비율을 유지한다고 광고하는 등 코인의 안전성과 관련해 투자자를 오도했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테라·루나 사태를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SEC가 이번에 권 대표를 기소하면서 루나를 증권으로 봤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가상화폐의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권 대표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가상화폐에 자본시장법이 적용된 선례가 없는 데다 법원 역시 이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터라 검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지난해 법원은 테라폼랩스 관계자, 테라폼랩스를 공동 창업한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언급했다.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었다.
이후 검찰은 루나의 증권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리 구성을 다듬는 데 힘을 기울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에서 루나의 증권성을 인정하는 판단이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권 대표에게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근거가 생겼고, 관련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미국 당국도 권 대표의 소재를 추적하며 한국 검찰보다 먼저 신병을 확보한다면 자국의 사법 절차를 우선할 수 있어 국내 송환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권 대표 송환을 위해 지난해 9월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이달 초에는 세르비아로 가 현지 수사당국에 직접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기소로 권 대표 혐의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검찰로서는 권 대표를 국내로 조기 송환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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