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
[대한경제=이종호 기자]반도체 산업 전반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세부 기준을 공개하면서 삼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만약 두 회사가 중국 시장을 포기할 경우 한국 장비업계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종 채널을 통해 미 상무부의 반도체 제조시설 보조금 지원 조건 세부 내용을 살펴보며 지원금 신청 여부를 고민 중이다.
두 기업이 고민하는 이유는 사실상 이번 보조금 기준이 미국과 중국 중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상무부는 경제·국가 안보, 사업 상업성, 재무 건전성, 기술 준비성, 인력 개발, 사회공헌 등의 6가지 보조금 심사 기준을 공개했다.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은 경제·국가 안보 부문이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은 업체는 향후 10년간 중국 내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없도록 명시한 가운데 중국 투자 제한 기준이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을, 충칭엔 패키징 공장을 가동 중이다. 다롄에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도 있다. 삼성전자는 전체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전체 D램의 5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특히 중국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약 40%(홍콩 포함 6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중국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2조270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세우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작년 7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총 220억달러(약 29조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히고 이중 150억달러(약 19조9000억원)는 연구개발,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약속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부터 부지를 물색한다는 계획이다. 패키징 등 후공정 시설 지원금 신청은 6월 말부터다.
반도체 핵심 공정 접근 허용과 초과이익 공유 등도 선뜻 보조금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다. 이 조항은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사 기준에 따르면 보조금 신청 기업은 재무 건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수익성 지표와 예상 현금흐름 전망치를 제출하고, 지원금을 1억5000만달러(약 2000억원) 이상 받은 기업은 현금 흐름과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하면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아울러 미국 국가안보기관에 미국 내 생산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도 기술유출을 우려할 수 있는 항목이다. 만약 두 기업이 중국을 포기하고 미국을 선택하면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액은 올해 1월 1억4073만4000달러로 지난해 동기대비 39.7% 감소했다. 전공정 장비 대중국 수출은 올해 1월 3292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6% 감소했으며 후공정 장비도 올해 1월 2311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심경석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은 낮은 점유율로 외부 환경 변수 영향에 취약한 구조로 국제 역학 관계 변화와 투자 환경 급변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며 “힌국 장비의 가장 큰 수출 지역인 대 중국 수출 감소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 등 국제 관계 변화로 단·중기적으로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종호기자 2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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