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수조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사진:삼성전자 |
[대한경제=이종호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수조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IT수요부진과 재고 조정의 파고를 넘지 못한 모습이다.
19일 증권사 컨센선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23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 14조1214억원 대비 91.25% 급감한 수치다. 이는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지난 2009년 1분기의 5930억원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은 반도체 업황 부진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주요 매출처인 메모리 업황 침체로 1분기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적자를 전망하고 있다.
증권사 별로 예상치는 차이가 있지만 1분기 삼성전자 DS 부문 영업손실 추정치는 최소 1조9060억원에서 최대 4조4710억원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수요가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실제 전망보다는 경쟁사의 추가적인 투자 축소를 유도하기 위한 ‘블러핑’으로 보인다”며 “D램 수익성이 역대 최악까지 감소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블러핑은 설득력이 없으며 삼성전자 역시 감산에 동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반도체 업황 둔화에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속속 감산을 결정했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메모리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다만 공정 전환 등을 통한 인위적 감산은 부정하지 않았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은 지난 15일 주주총회에서 “설비 투자는 시황 변동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제품군 효율화, 라인 설비 호환성 강화 등 투자 효율 제고와 체질 개선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자역시 지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안팎을 벌어 대부분을 반도체에 투자해왔다. 문제는 올해 영업이익이 줄면 반도체 투자 재원이 일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단기 차입하며 투자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도 비메모리 사업을 영위해 어느 정도 수익 방어가 가능하고 가전과 모바일 등 다른 업권의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순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작년 4분기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며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분기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3조6857억원이다. KB증권(4조원), 대신증권(4조2000억원), 미래에셋증권(4조3000억원) 등이 4조원대 적자를 예상했다.
이미 예견된 부진으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한파에 대응해 감산과 투자 축소에 들어갔다.
회사 측은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50% 이상 감축하고 수익성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겠다고 작년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우시 등 주요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투입량을 줄였으며, 올해 D램과 낸드 웨이퍼 생산량도 작년 대비 축소하기로 했다.
박주영 KB증권 연구원은 “북미 서버업체들의 보수적인 재고정책 지속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구매 수요부진 여파로 D램, 낸드플래시 출하감소와 가격하락이 동시에 발생해 상반기 적자규모 확대가 불가피하다”며 “하반기에는 현금원가에 진입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하락둔화, 반도체 업체들의 공급축소 효과 등으로 점진적인 수급개선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종호기자 2press@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