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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올해의 세계 건축물이자 자원회수시설인 ‘아마게르 바케’에 조성된 주민편의시설 모습. 5%의 완만한 경사부터 35%의 험준한 경사인 10개의 코스로 짜여진 옥상공원과 유명 스키장을 설계해온 IAD사와 공동 설계해 조성한 스키 슬로프, 세계에서 가장 높은 85m의 인공 암벽. / 자료 : 서울시 제공 |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조성할 예정인 광역자원회수시설(생활폐기물 소각장)의 100% 지하화 계획이 재검토된다. 기피시설인 소각장의 오염물질 배출을 엄격히 관리하는 동시에 창의적 디자인을 적용해 스키장과 전망카페, 인공암벽장과 같은 여가시설로 재탄생시키는 전략이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유럽을 출장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친환경 자원회수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방문한 뒤 취재진과 만나 “마포구 상암동에 들어설 자원회수시설의 100% 지하화 계획을 주민 의사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소각장을) 지하화하게 되면 매력 요소를 시설에 주는 데 한계가 생긴다”며 “지하화는 100%, 50%, 80%를 할 수도 있다. 융통성 있게 열어 두면 좋겠다. 100% 지하화가 유일한 해법인지 주민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다 보면 상당히 진전된 방향에서 이야기가 진전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악취 문제 등을 고려해 지하화하기보다는 아마게르 바케처럼 창의적인 용도, 외관, 펀(funㆍ재미) 디자인을 적용해 지역 명소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미다.
아마게르 바케는 2021년 세계건축축제(WAF)에서 선정한 ‘올해의 세계 건축물’이자 자원회수시설을 지역 명소로 탈바꿈한 선진 사례 중 하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붕을 활용한 스키 슬로프다. 국토 대부분이 평지인 덴마크의 지리적 특성을 역발상으로 소각시설 지붕에 인공 언덕을 조성하고, 사계절 내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을 조성했다. 이른바 ‘코펜힐(Copenhill)’이라고 불리는 배경이다.
스키를 타지 않는 방문객들은 슬로프 옆 산책로를 통해 코펜힐을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있는 전망카페에서 코펜하겐시의 전경을 즐길 수도 있다. 북쪽 벽 쪽으로는 높이 85m, 너비 10m 규모의 인공 암벽장도 조성했다. 덴마크 여왕 마르그레테 2세가 사는 아말리엔보르 성에서는 2㎞가량 떨어져있다.
오염물질 배출도 우수사례에 꼽힌다. 소각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유럽연합 기준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번 방문에서 건립을 준비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대 의견에 대한 대처와 소통 방안을 살펴본 데 이어 36개 설계 사무소가 참여한 건축공모전에서 주민 친화적인 스키 슬로프 디자인이 채택되는 과정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서울시는 전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새로운 광역자원회수시설 후보지로 마포구 상암동 현 소각장 부지를 선정했다. 2026년까지 기존 시설 옆 지하에 하루 처리용량 1000t 규모 시설을 새로 지은 뒤 2035년까지 기존 소각장을 철거할 계획이다. 또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시설과 진입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에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한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방안도 꺼냈다. 이 과정에서 마포구와 상암동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갈등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올해 중으로 ‘랜드마크 조성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한다. 기본계획에는 소각장 후보지 2만1000㎡뿐 아니라 인근 공원 일대를 포함해 15만㎡ 규모의 마스터플랜을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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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현지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자원회수 시설 ‘아마게르 바케’를 찾아 설계업체인 BIG 비야케 잉겔스 대표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 서울시 제공 |
한형용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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