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홍샛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지부진했던 한일 공동 수주전선에 변화가 생길 조짐이다. 특히 일본 상사 업체가 디벨로퍼로 나서는 사업에 우리나라 EPC(설계·조달·시공)가 협력할 경우, 대형 프로젝트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사의 해외수주 가운데 일본과 협력한 공사(1억달러 이상)는 총 32건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해외수주 시장에 진출해 관련 통계가 편제된 1976년 이후 누적된 수치다.
이 가운데 1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공사도 꽤 있다. 현대건설이 2008년 카타르에서 수주라스라판(Ras Laffan) 산업단지의 GTL 공사는 총 13억달러 규모다. 일본 미쓰이 상사가 사업주로 이름을 올렸으며, 현대건설이 일본업체인 도요엔지니어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지난 2014년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발주한 청정연료생산공장(CFP) 프로젝트의 경우,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일본업체 JGC와 손을 잡고 수주한 바 있다. 프로젝트 규모는 48억달러로,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수주한 금액은 각각 16억달러 가량이다.
이밖에 삼성물산은 지난 2020년 방글라데시 다카국제공항을 일본업체 후지타ㆍ미쓰비시와 함께 수주했으며, 같은 해 일본 마루베니 상사와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푸자이라 F3 복합발전 프로젝트를 따냈다.
이 같은 한일 공동수주 형태는 앞으로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양국 간 글로벌 수주시장에서의 공조를 직접 언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건설 설계 역량을 보유한 양국 기업들이 파트너로서 협력한다면,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등 글로벌 수주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으로 공동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일본 상사들과의 협력이다. 일본 상사들은 사실상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사업발굴과 파이낸싱, 운영 등 사업개발 전반의 ‘디벨로퍼’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일본 EPC 업체의 경우 자국 내 건설시장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할 만큼 크기 때문에, 리스크 높은 해외 사업의 진출을 자제하는 편”이라면서 “일본 상사들의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하면 수주시장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샛별기자 byul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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