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소방서 재난대응과 민병갑 |
16개 기관 203명과 차량 40대가 동원되어 터널 내 다중 추돌로 인한 화재 및 다수 사상자 발생과 유해화학물질 누출을 가정하여 훈련을 진행했다.
비록 연습이지만 실제와 같이 터널 양 방향이 차량으로 정체되고 시끌벅적한 현장에서 여러 기관들과 의견을 나누고 각자의 임무를 수행해 보니 가족은 핏줄만이 아니라 동료애로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재난이 발생되어 생사가 나뉘는 경계에서 각 기관들이 책임감으로 서로 의지하며 해야 할 일을 성심껏 수행한다면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나뿐만 아니라 훈련을 참여한 모든 기관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당한 비행기는 최악의 경우 추락까지 200초의 여유밖에 없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에 비행기의 기장은 완벽에 가까운 대응을 해야 승객들을 구할 수 있다.
현실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통계에서 말해주고 있듯 완벽에 가까운 대응이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몇가지 성공적인 사례를 들어다 보면 기장의 완벽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사고현장에서 민간의 도움, 유관기관과 구조대원의 헌신이 있어야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기적의 또 다른 주역은 그 순간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재난현장에서 그런 유기적인 협업이 없다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는커녕 혼란만 줄 뿐이다.
또한 승객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다. 평상 시 안전수칙을 실천하며 침착히 응답하는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이것은 평상 시 안전을 위협하는 잠재적 영향을 확인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주체의 노력이 근원적인 예방행정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법이 아무리 엄격해도 게으름뱅이를 부지런하게 만들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욱 바란다면 민간이 적극적인 예방활동과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자율관리에 공공기관이 응답하는 체계라면 금상첨화겠다.
유관기관과 민간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다하고 인정을 베푸는 평범한 삶의 도리가 모인다면 절망의 순간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평상 시 민 ․ 관이 상호 보완하고 협력하는 환경이 당연하게 여겨질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최근의 크고 작은 재난을 보고 있으면 우리는 항상 같은 자리에서 넘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최일선의 소방관으로서 먼저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큰 책임을 느끼며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또한 내가 어떤 사명을 갖고 있는지 더욱 숙고할 것이고 간단히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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