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ChatGPT)에게 ‘독도는 어느 나라의 땅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일본 교과서의 역사 왜곡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독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표기하고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경계선을 그어 일본 영토로 표시한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수정한 초등학교 3~6학년 사회교과서 검정도 승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일본 정부는 이에 뒤통수를 친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절반 이상을 채운 잔의 나머지를 채우기는커녕, 담겨있던 물마저 마셔버린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더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말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역사는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미래 번영을 위해 할 일을 생각해야 하는 날”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향해서는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평했다.
과연 파트너로서 일본이 우리나라와 공유하고 있는 가치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역사는 흘러간 과거로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 역사에 담긴 사실과 진실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비단 역사적 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진실이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진실은커녕 사실마저 감추고 왜곡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왜곡 강도도 더해가고 있다.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받는 것이 꼭 외교의 정석은 아닐 것이다. 둘을 주고 하나를 받기도, 하나를 주고 둘을 받기도 하는 것이 외교이자 협상이다. 물론 외교에 정답은 없다. 때로 눈앞의 이익보다 훗날의 이득을 염두에 두기도 해야 한다. 당장 점수로 매겨 평가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이자 외교의 세계다.
그럼에도 걱정스러운 점은 일본의 역사 왜곡이 후손들에게 미치게 될 파장이다. 사실과 다른 정보를 배우고 익혀 형성된 가치관과 역사 인식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후손들은 왜곡된 시각으로 역사를 평가하고 그 시각으로 한국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는 단지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를 그릇된 가치관으로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다.
왜곡된 역사가 담긴 정보와 콘텐츠량이 점점 쌓이게 되면 가까운 미래에는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내키지 않는 상상을 하게 된다.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라고 답했던 챗GPT가 다른 대답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논란은 있지만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두렵고 무섭기까지 한 일이다.
조성아 기자 jsa@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