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르네상스 2.0(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으로 서울이 들썩이고 있다.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한강의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대관람차 ‘서울링’을 조성하고, 여의도에는 국제 여객 터미널인 ‘서울항’을 만든다. 한강을 질주하는 수상택시와 한강을 잇는 곤돌라, 이른바 ‘유령섬’으로 불리는 노들섬을 예술섬으로 탈바꿈시킬 계획도 내놨다. 여의도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건립하는 카드도 꺼냈다.
사실 한강에 잠재된 경제적ㆍ문화적 가치를 이끌어낼 과업은 ‘치수’를 뛰어넘어 ‘이수’를 관통할 중장기 과제이자, 누군가는 반드시 앞장서야 할 길이었다.
문제는 시간과 재정이다.
‘한강 르네상스 2.0’ 주요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은 이제 시동이 걸렸다. 밑그림이 나오기까지 최소 1년 이상 필요한 데다, 투자자 확보는 물론 환경영향평가와 대규모 투자사업에 따른 심의 과정 등도 넘어야만 한다. 서울을 상징할 서울링, 제2세종문화회관, 곤돌라 등 프로젝트 상당수의 착공 시점이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린 ‘2026년’에 맞춰진 배경이다. 이렇다 보니 자칫 청사진만 늘어놓은 채 정작 본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이른바 오 시장이 2027년 대선을 겨냥해 청사진을 펼쳐놓은 것 아니냐는 견해다.
오 시장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한 듯하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5선 시장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고, 지난달 22일 유럽 출장 과정에서는 ‘한강 프로젝트’를 담당할 전담 기구 설립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한강 르네상스 2.0’의 지속가능성을 장담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
과거 오 시장의 핵심 정책이었던 한강예술섬과 서해뱃길 사업 등은 임기가 끝나는 동시에 손바닥 뒤집히듯 좌초했었다. ‘한강 르네상스 2.0’ 사업이 과거와 같이 청사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더해져야 하는 이유다.
민간투자사업의 수익성을 담보할 지원책도 요구된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2.0’ 주요 사업의 재원을 민간투자로 충당하겠다고 했다.
단순 계산해도 수조원이 투입돼야 할 사업이지만, 정작 사업을 뒷받침할 금융시장과 국내 건설경기는 흔들리고 있다. 건설산업은 자금난에 이어 부도와 폐업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됐고, 금융권마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크다. 그렇기에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처럼 민자사업의 경제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대비해야만 이번 프로젝트가 제 길을 갈 수 있다. 적자시공과 같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수년간 반복된 ‘공기연장→간접비 지급 거부→소송’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도 끊어야 한다. 11년 만에 개통한 월드컵대교 공사 과정에서 간접비에 멍든 시공사의 고충을 외면했던 전철 등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한강 르네상스 2.0’은 서울의 미래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침체된 내수경기를 회복시킬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 10여년간 절치부심하며 권토중래해온 오 시장만의 창의행정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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