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현대엘리베이터, 부품시장 진출…중소업계 강력 반발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5-15 07:40:12   폰트크기 변경      

270억 규모 '제어반' 판매 계획

설계만 수행하고 협력사에 위탁

업계 "출혈경쟁 불가피해질 것"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본사에서 승강기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김진후 기자

[대한경제=김진후 기자] 승강기 완제품업계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가 부품시장에 진출한다. 중소 완제품사 수요에 대응해 사업을 펼친다는 명분이지만, 시장이 겹치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강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6월부터 중소 완제품사에 승강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제어반(컨트롤 패널) 판매를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제어반 모델을 공급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특정 제어반 제품의 변경인증을 완료했다. 협력사인 창성글로벌, 우진전장 등은 인증된 제품의 생산을 맡는다. 제품은 현대엘리베이터 브랜드를 적용하면서도 가격은 중소사 대비 10% 저렴하게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어반 공급에 차질을 빚은 중소 완제품사들의 요청에 따라 사업 진출을 검토하게 됐다”며, “자체 분석 결과 국내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안정적인 A/S 인프라도 갖춰 경쟁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제어반은 승강기의 제어와 운행, 가속과 제동 등에 필요한 명령을 수행하는 기판 장치다. 공급능력을 갖춘 현대엘리베이터는 자사 승강기 완제품에 자사 제어반을 공급하고 있고, 티케이ㆍ오티스 등도 자사가 보유한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제어반을 조달한다. 반면 15%의 점유율을 가진 중소 완제품사 중에는 직접 제어반을 생산하는 곳도 있고, 타 부품사로부터 제품을 수급하기도 한다.

전체 제어반 시장은 한 해 신규 설치되는 승강기 4만5000대를 기준으로 연간 1600억∼1800억원이다. 이중 중소 완제품사에 공급되는 제어반 시장은 연간 270억원 규모다.

중소 승강기 부품업체들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시장 진출에 대해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작은 시장 안에 약 50개의 부품사들이 모여있는데, 대량생산과 저가를 무기로 쥔 대형사까지 진입할 경우 출혈경쟁이 거세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승강기 부품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 진출은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나름의 영역을 보호받고 있던 중소기업 영역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설령 일부 업체들이 제어반 공급에 차질을 빚었더라도 이는 중소사 사이에서 해결할 문제이고, 또 해결할 능력도 갖추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또,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품목’ 제도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중소사들의 입장도 궁색해진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간 경쟁품목은 공공 건축물 내 일부 승강기에 대해 중소기업 완제품 사용을 의무화한 제도다. 공공에서 고정적일 일감을 제공해 중소사 시장을 유지한다는 목표다. 해당 사업에 입찰하는 중소 완제품사는 자사 승강기의 제어반, 권상기 등 전체 10개 주요 제품 중 3개 제품을 직접 생산 및 인증해야 한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가장 핵심 제품인 제어반을 대기업 제품으로 사용하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겠나”며, “경쟁품목 제도를 통해 업역을 보호해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내기 점차 어려워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진후 기자 jhkim@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김진후 기자
jhkim@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