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 건설현장 사고요인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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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서구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현장. 주차장 1∼2층의 지붕 구조물이 무너졌다. 사진: 연합뉴스 |
‘교과서에 실릴 만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
최근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의 주차장 붕괴사고에 대한 건축구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달 29일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AA13-2블록)에서 지하 주차장 1∼2층의 천장과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총 970㎡ 구조물이 파손됐다. 시공사인 GS건설이 전단철근 30여개를 실수로 누락했다는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최종 가려낼 예정이다. 본지는 유사 사고 재발방지 차원에서 설계와 시공, 자재, 구조 등 다각도로 사고 요인을 조망해봤다.
1. 설계의 문제?
사고가 발생한 검단신도시 아파트 현장은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이하 CMR)’ 방식을 적용했다. CMR은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사의 노하우를 실시설계에 미리 반영(프리콘, Pre-Construction)하고, 시공 단계에선 발주자와 협의한 공사비 상한(GMP) 내에서 책임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따라서 원설계와 실시설계 간 일부 차이가 난다. 실제 사고 주차장의 경우 GS건설은 기둥 간격을 변경하는 딥데크(deep deck) 구조를 제안했는데, 층고 부족 탓에 최종안은 원설계(전단보강철근)대로 구조보강했다. 이 경우 설계사와 구조설계사가 LH 설계지침에 맞춰 전단철근을 설계에 반영했는지에 따라 설계사의 책임소재가 갈린다.
한국기술사회 안전조사위원회에 따르면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의 경우 기둥 접합부, 슬래브 단차 등 구조적 취약부에 전단철근 설계가 미흡할 경우 이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둥과 기둥 사이 연속붕괴방지 철근을 미배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주차장 상부의 어린이 놀이터 건설과정에서 설계하중을 초과한 성토ㆍ충격하중도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2. 시공사는 왜 철근을 누락했나?
시공사인 GS건설은 이번 현장을 자체조사한 결과, 설계와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부 부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하주차장 지붕층 전체 700여곳 중 30여곳에서 상부와 하부 철근을 연결해주는 전단보강근이 설계와 달리 시공에서 누락됐다는 것이다.
전단보강근은 철근콘크리트(RC) 부재의 전단 파괴 및 휨 방지를 위해 ‘ㄷ’자 모양으로 보강하는 철근이다.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되면서 펀칭전단(뚫리고 끊어짐)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국내 대형 건설사인 GS건설이 단순 실수로 철근을 누락했다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이에 하도급사의 횡령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 역시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이다. 건축구조 전문가는 “전단 철근은 지름이 작고 길이가 짧으며 기둥 주위로 슬래브 두께의 약 2배만큼만 필요하기 때문에 돈 때문에 철근을 빼먹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럼 철근 누락은 어떻게 발생했을까. GS건설 측은 “이번 사안은 공기 단축은 없고 원가감소도 최대 1000만원 안팎으로서 단순 과실이 원인”이라며 “다만 시공사로서 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먼저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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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콘크리트 배합의 문제는 없었나?
작년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에 이어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에서도 불량 레미콘 논란이 불거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관수레미콘 현장인데, 지역 건설업계에서 고질적으로 품질 지적을 받은 레미콘사가 포함되었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 주차장 콘크리트 타설 시점은 작년 7월로 추정된다. 당시 현장에 납품한 주요 레미콘사는 S사ㆍK사(2개사)ㆍB사 등 총 4개사다. 다만,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문제 제기한 업체들도 해당 현장에 소량 납품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주차장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해당 현장에 납품한 레미콘사는 총 7개사로 모두 인천 레미콘조합 포함의 중소사들”이라며, “특히 사고가 발생한 주차장에 레미콘을 납품한 4개사는 작년 4월 시멘트 수급대란이 터진 직후 원가 반영이 안 된다며 LH 현장에 공급 중단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국토교통부가 광주 화정동 붕괴사고 후 콘크리트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ㆍ시행한 시점은 작년 12월이다. 레미콘 업계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주차장은 품질기준 강화 이전에 콘크리트 타설이 진행된 터라, 시멘트 및 골재 수급 문제를 빌미로 LH 시방서에 맞춘 콘크리트가 납품되지 않았을 개연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4. 무량판 구조 탓?
이번 검단 아파트 사고 현장은 공교롭게도 과거 삼풍백화점,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같은 무량판 구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다. 그러나 단순히 무량판 구조 자체를 사고원인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량판 구조는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지탱하도록 만든 건물 구조다. 기존 아파트 골조 구조로 자주 사용된 벽식 구조(기둥ㆍ보 없이 벽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시공 시간이 길지만,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층간소음이 적다는 장점에 아파트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발주자인 LH 역시 주차공간을 넓히기 위해 이번 아파트 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다.
다만 보가 없기 때문에 하중이 커질 경우 펀칭전단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막기 위해 기둥 근처 슬래브를 두껍게 하는 드롭패널을 적용하거나 전단철근으로 보강한다. 드롭 패널은 취약한 기둥 주변부의 응력을 보강해주고, 전단철근은 펀칭 파괴 시 뜯어지려는 슬래브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이번 현장에서는 이러한 전단철근이 일부 누락된 것으로, 무량판 구조 자체의 문제로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는 지적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무량판 구조 자체가 혹은 전체가 어떤 조건에서도 취약하다는 식으로 앞서나갈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김태형ㆍ최지희ㆍ김민수 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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