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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임대차3법 ‘깡통전세난’ 완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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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16 14:39:00   폰트크기 변경      
김국진 부동산부장

[대한경제=김국진 기자]‘깡통전세’ 우려가 부동산시장의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임대차3법 시행을 전후해 급등했던 전세계약의 갱신기한이 속속 도래하는 올 가을부터 매매ㆍ전세가 폭락세와 맞물려 역전세ㆍ깡통전세 사태가 빌라에 이어 아파트로 확산할 것이란 주장이다.


다만 임대차3법 때문이란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전세사기판을 임대차3법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가 깔았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2020년 7월31일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이후 갱신계약이 잇따를 작년 하반기에도 전세가 폭등 경고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지역별 편차는 있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전세가 흐름은 폭락세에 가깝다. 물론 치솟은 금리 영향이 컸다.

공교롭게도 전월세 폭등 경고가 오갔던 작년 9월 말 학군 때문에 임대로 살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계약을 갱신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덕분에 5% 오른 가격으로다. 원래 살던 아파트도 작년 1월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같은 인상폭에 재계약했다. 이런 계약이 나뿐일까? 임대주택사업자인 이웃집은 5% 인상룰에 묶여 세 차례 전세 갱신계약을 5%씩 올렸고 최근 전세가 폭락에도 불구, 다가올 연말 연장계약 때 5% 올려도 급락한 시세에 못 미친다고 한다.

최근 수년간 아파트의 전세 실거래가는 양 극단으로 나뉜다. 임대사업자의 주택이거나 갱신청구권이 사용돼 5%만 오른 ‘착한 가격’과, 그렇지 못하고 2배 가까이 오른 가격이 양립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작년 하반기 전월세가 폭등 경고가 빗나갔듯이 올 가을 역전세난도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다른 한편으론 전세가 급등ㆍ급락기에 임대차3법이 완충 기능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임대차3법을 비판하면서도 폐기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임대차3법 중 1년 늦게 시행된 전월세 신고제도 전월세 현황을 투명하게 파악하고 불법적 이면계약을 차단하는 효과를 발휘하긴 마찬가지다.

새 정부 부동산정책을 책임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오늘(16일) 취임 1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원 장관이 앞으로 풀어야 할 최대 과제로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대응과, 향후 시장불안이 재발할 불씨가 될 주택공급 부족난 해결을 꼽는다. 해법 마련이 결코 쉽지 않은 사안들이지만 충격을 줄일 공통분모는 역대 정부마다 목표로 삼았던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다.


연초 인터뷰했던 국토교통부의 OB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한 과제도 다르지 않다.  물가변동폭 이내 수준에서 주택ㆍ전세가격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가 오름폭이 크지만 중장기적 추세선은 맞춰야 한다. 이는 곧 가격폭락이 우려되는 현 시점에서 보다 과단성 있는 규제완화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건설산업계의 해묵은 논리지만 그래서 '깡통전세' 위기를 완충할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작년 원 장관의 취임식 당시 일성은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였다. ‘서민주거 안정’을 첫 번째 목표로 공언한 김현미 전 장관의 취임사와 차이점은 ‘중산층’의 포함 여부다. 무주택 서민뿐 아니라 유주택자도 끌어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감한다. 부동산시장은 서민만으로 돌아가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념을 앞세운 정책으로 주거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원 장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시장 경착륙 고비를 잘 넘겼고 건설노조, 전세사기 등에 원칙있게 대응한 원 장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이전 정부가 놓친 ‘이념과의 거리두기’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걷어내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초저금리 속에 아쉬움을 많이 남긴 김현미 전 장관과 달리 국민들의 갈채 속에 떠날 수 있지 않을까?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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