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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에 우는 민간 전기공사…“공공처럼 낙찰하한율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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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5-25 16:44:41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김진후 기자] #울산지역 전기공사업체 A사는 6년 새 매출액이 44%, 영업이익은 70% 급감했다. 민간에서 발주된 공사들의 낙찰률이 십여년간 2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악화한 것이다. A사 대표는 “민간 대기업들의 바닥(낙찰하한율) 없는 입찰구조에 더해 갈수록 일감도 줄면서 이중고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민간 대기업에서 발주하는 공사를 일감으로 삼은 전기공사업체들이 저가 출혈경쟁에 내몰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의 테두리 밖에 있는 기업별 규칙·규약대로 입찰이 진행되다 보니 점차 낮아지는 낙찰가에 시공품질 저하는 물론 안전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은 적절한 법제화를 통해 민간발주공사에도 낙찰하한율을 담은 입찰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기공사협회 울산광역시회(회장 홍상범)는 민간 기업에서 발주하는 전기공사의 입찰 방식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알맞은 입찰제도가 부재한 상황에 저가 입찰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개별업체들의 경영난은 가중되고, 기술경쟁력도 저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홍상범 울산시회장은 “회원사 약 420개사 중 절반이 민간에서 발주하는 플랜트 전기공사를 토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만 회원사 간 입찰 경쟁이 격해지면서 이윤을 내지 못하는 곳이 허다하다”며, “낮은 낙찰가격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이 때문에 부실시공과 안전사고의 위험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초래한 것은 낙찰하한율이 부재한 민수공사 환경 때문이다. 민간에서 발주한 전기공사의 경우 발주기업별 임의로 정한 입찰 규약대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낙찰하한율이 제각각이거나 아예 없는 사례도 허다하다. 입찰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유리한 구조에 노출돼 있다 보니 업체 간 과다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항상 열려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사비용이 낮아질수록 유리하고 담당자들의 실적으로 쌓이기 때문에 이 같은 구조는 쉽게 개선되기 힘들다.

홍상범 회장은 “2010년 이전만 해도 발주사-협력사 간 하한률은 추정가격 대비 60%, 실제 낙찰율은 예가 대비 70~80% 수준이었다”며, “최근 낙찰율은 예가 대비 50%로 떨어졌지만, 일감 확보가 우선인 기업들은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응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관급 공사는 100억원 미만 사업의 입찰 심사를 위해 적격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적격심사 역시 최저가 순으로 낙찰자를 가리지만 낙찰하한율을 규정해 무리한 저가입찰은 낙찰이 어렵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적정 공사비 확보를 통해 응찰업체들을 보호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기관별·금액별로 상이하지만 낙찰가는 대체로 추정가격 대비 79.95~87.745% 수준에 설정돼 있다.

관련해 울산시회는 지난 2일 ‘대응 TF 회의’를 열고 민간발주공사 입찰제도 확립을 위해 목소리를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한 업체 대표는 “적격심사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자동 탈락시키지만, 민간영역에선 숫자를 잘못 기입해 터무니 없는 가격에 응찰하더라도 낙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 경우 낙찰을 포기하게 되면 수년간 응찰을 금지하는 패널티를 적용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홍상범 회장은 “전기공사는 공공영역뿐 아니라 민간영역에 전기를 흐르게 하는 산업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역할에 비해 입찰제도에서 보장된 권익이 약하다. 적정 이윤이 보장되는 상생 입찰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후 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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