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으로 회사를 출퇴근한 지도 몇년 지나니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에 적응되지 않아서 일상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승용차 없이 혼자서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깜깜이가 돼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누가 출퇴근용 차량을 공짜로 준다 해도 사양할 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해졌다.
휴대폰에서 편리한 대중교통 안내 앱을 찾아 잘 활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대중교통 안내정보와 환승 시스템이 이렇게 편리할 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내가 몰랐던 신세계를 하나씩 알아가는 일도 신기하고 재미있을뿐 아니라 보행량도 이전보다 부쩍 늘었다.
가끔은 퇴근시 원당역에서 환승할 일도 생기는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일상의 소소한 감성풍경들이 포착된다.
조그만 마을버스들이 부지런히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 정류장 옆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줄을 선 채로 옆 사람과 떠들거나 조용히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는 사람들, 무심히 이 모든 정황들을 목도하고 말없이 서 있는 점잖은 전봇대….
승용차로 출퇴근했던 시기에 놓치고 살았던 장면들이니 운전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이 살갑다. 저녁 무렵, 저마다 귀갓길을 총총히 걸어가는 발걸음을 보며 하루의 피로감을 씻어본다.
글·그림=임진우(건축사·정림건축·한국건축가협회 부회장)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