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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칼럼] 저출산 대책, 온 국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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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08 06:00:13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1970년부터 시작한 합계출산율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합계출산율은 만 15~49세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특히 서울은 합계출산율이 0.59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 저출산국인 일본 역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6명으로 7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며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한국보다는 높은 숫자였다.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가 “저출산으로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는 한국일 것”이라고 주장한 게 2006년이다. 그의 예언은 무섭게도 적중했다. 17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비교 대상이 없는 ‘출산율 꼴찌 국가’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켠에선 아이를 낳기 위해 애쓰며 마음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불임과 난임으로 진료나 시술을 받은 이들이 37만명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약 222만원이었던 여성 1인당 난임 시술비는 2022년 약 321만원으로 45%가량 늘었다. 진료비 증가 속도는 더 빨랐는데 불임치료 연간 총진료비는 2018년 1245억원에서 2022년 2447억원으로 무려 96.5%(연평균 18.4%)나 급증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주로 ‘육아’를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화두가 된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역시 아이를 이미 ‘낳은’ 가정을 위한 대책이다. 정작 아이를 ‘갖기’ 위해 애쓰는 이들을 위한 지원은 아쉬운 상황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난임치료비를 지원받기 위해선 중위소득 기준 180% 이하여야 하고, 횟수도 최대 9번까지만 지원된다. 이로 인해 정작 출산 의지가 있는 난임 부부들에 대해서는 적극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 의원은 난임치료의 지원 조건을 완화하고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한방 난임치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서울시가 올해 내놓은 지원책도 늦었지만 반갑다. 소득기준과 시술별 횟수 제한을 폐지하고, 6개월 이상 서울에 거주한 경우 총 22회까지 시술비를 지원하도록 했다. 난자동결 시술비 지원을 49세까지 확대하고, 조기 폐경 가능성이 있는 경우 20대도 시술비의 50%를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시험관 시술을 받을 때마다 난임 부부들은 최대 200만원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시술 과정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중위소득 180% 이하라는 기준에 걸려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다. 난임 치료의 고된 과정을 감수하고라도 아이를 갖기 위해 수차례 노력하는 부부들을 위해 쓰는 예산은 아껴선 안 될 것이다.

요즘은 당장 결혼 계획이 없더라도 미리 난자 냉동을 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하지만 난자동결 시술비는 결혼한 여성에게만 지원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젠 온 마을이 아닌 온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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