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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진도 소용없다" 무너지는 철근 시세에 유통업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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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20 07:54:58   폰트크기 변경      

철근 기준가격보다 t당 3만~4만원 저렴 

유통업계 "가격 이원화 제도 철폐해야" 

건설업계 "기계약분 대금 할인 요청 검토"


철골 공정 작업 중인 현장 / 사진: 대한제강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철근 수요 감소로 유통시세가 속절없이 하락하면서 유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건설향 기준가격보다도 4만원 가까이 싸지자, 유통업계 내에서도 ‘가격 이원화’ 제도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19일 철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6월 철근 기준가격이 t당 5000원 상향 조정된 직후에도 유통시세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락하며 t당 94만원선까지 주저앉았다. 수입산은 이미 t당 85만∼86만원에 거래되는 상황이어서 국산 시세도 조만간 t당 90만원선이 무너질 것이란 위기감마저 감돈다.

수도권 유통사 대표는 “통상 상반기 막판에는 장마를 앞두고 건설현장에서 공사를 서두르기 마련인데, 수요가 없다는 건 올해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라면서, “그럼에도 제강사들이 가격 이원화를 고집하는 것은 유통업계 입장에서 대단히 가혹한 일이다. 심지어 일부 제강사는 온라인 쇼핑몰까지 오픈해 바닥 수요까지 긁어가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호소했다.

가격 이원화는 철근 가격을 제강사가 대형건설사와 직거래하는 건설향 기준가격과 유통업체에 넘기는 유통향 일반판매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제강사는 건설향과 유통향 간 8만원의 가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건설향 기준가격이 t당 80만원대에 고정된 상황에서 수급난으로 유통시세가 140만원까지 치솟자, 제강업계는 유통 마진의 일부를 흡수하고자 가격 이원화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건설향과 유통향 가격이 크게 벌어져 8만원의 가격차에 대해 건설업계의 불만은 많았지만, 유통업계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시세가 곤두박질 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현재 건설향 기준가격은 t당 97만9000원, 유통향은 105만9000원이다. 시세가 t당 94만원선에서 움직인다고 볼 때 팔수록 손해인 구조가 되어 버렸다, t당 8만원의 가격차를 ‘백마진’으로 돌려받더라도 손실을 안게 된다.

대형 유통사 임원은 “작년만 해도 제강사가 t당 8만원의 가격차 중 5만∼6만원 정도를 마이너스 정산 방식으로 보전해 줘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지금처럼 유통시세가 건설향 밑으로 빠져버리면 마이너스 정산이고 백마진이고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가격 이원화 제도를 없애고, 유통사에 보다 적극적인 가격 정책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제강사 내에서도 ‘8만원 가격차 고수’에 일부 한계를 느끼는 분위기다. 시세가 건설향보다 아래서 형성된 상황에서 유통향 가격은 의미가 없어진 까닭이다. 여기에 신규 업체인 한국특강이 ‘일물일가’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침에 따라, 가격 이원화를 고수할 명분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 제강사 임원은 “건설향 기준가격이야 원가연동제 개념이 있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지난 2년간 유통향 일반판매가격까지 시장 점유율 3∼7위 제강사들이 마이너스 정산까지 해주면서 일괄 동조한 부분은 재해석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건설업계는 7월 철근 건설향 기준가격이 t당 3만원 가량 하락을 예상하며 기존 계약 물량의 환급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유통시세가 상승했을 때 제강사가 건설사에 대금 추가 지급을 요청한 사례가 있다”면서, “7월 건설향 기준가격 하락분이 유통시세 하락분을 커버하지 못한다면 정산은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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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jh606@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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