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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엔저 바람 타고...저가 日철강재 대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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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6-27 06:00:22   폰트크기 변경      

국산보다 20% 저렴한 데다, 계약 이행력도 높아
실행률 압박 탓 30대 건설사에 대체재로 급부상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엔화가 8년 만에 800원대로 하락하는 역대급 엔저(엔화 약세) 현상으로 국내 건설현장에서 사용되는 주요 철강재의 국산과 수입산 간 가격이 20% 이상 벌어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특히 최근 2년간 수급 대란 속 국내 제강사들이 공들여 만든 가격 방어 정책이 지금은 저가 일본산 공세를 막아내는 데 족쇄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산을 고집했던 대형 건설사들마저 일본산 철강재 확보에 나섬에 따라, 국산 철강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건설용 철강재 유통시장에서 일본산 철근(SD400 기준)이 t당 83만∼8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국내 제강사들이 기준점으로 설정한 철근 유통향 일반판매가격이 105만9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국산이 일본산보다 약 21%나 비싼 셈이다. 조선과 건설업이 같이 사용하는 후판 가격 역시 현재 국산(t당 112만원)과 일본산(t당 88만원) 사이에 21.4% 가격 차가 벌어졌다.

우리나라보다 철강산업 역사가 길고 품질 관리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산 제품이 국산보다 20% 저렴하게 국내 시장에 공급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기록적 엔저 현상이 자리한다. 지난 19일 원·엔 환율은 장중 897원까지 떨어졌다. 곧 910원대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낮은 엔화 가치(26일 기준 908원)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금융가는 전망한다. 이럴 경우 일본산 철강재는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산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일본산 철강재 수입업체 임원은 “이미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철근ㆍ형강ㆍ후판의 가격 경쟁력이 국산은 물론이고 중국산마저 압도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며, “심지어 철근을 t당 70만원대에 구매해서 국내로 들여온 업체들도 있다. 지난주를 기점으로 일본 제강사들이 철강재 가격을 소폭 상향 조정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엔화 가치가 워낙 낮아 국내로 들여올 때 거의 상쇄가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산의 압도적 가격 경쟁력은 1∼4월 철강재 수입 실적으로 드러난다. 한국철강협회가 추산한 지난 4월까지 올해 철강재 수입량은 총 558만5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국내 전방산업 경기침체 상황 속에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입량이 폭증한 것이다. 특히, 후판 등 판재류 수입량이 전년 대비 37.3%(210만8000t→332만5000t), 철근·형강류는 10.5%(121만500t→134만5000t) 증가했다.

그동안 수입 철강재는 중국산과 일본산이 7대 3 비중이었는데, 올해는 일본산이 40%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일본 동경제철은 내수경기 침체 속 중국의 수출 확대 정책이 맞물리며 7월부터 후판과 철근 등 주요 철강재 가격 인하 정책을 발표했다. 철근은 t당 5000엔 가격을 인하하며 SD300 기준 고시가격이 t당 9만9000엔(약 89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협상 시 가격이 15∼20%까지 하락하는 점을 감안하면 t당 약 70만원 초반대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일본은 한번 계약을 맺으면 구매자의 프로젝트가 완료될 때까지 제강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가격 조정을 하지 않는 것이 관례다. 현재 공사 실행률이 적자인 건설사는 물론이고, 중장기적으로 신규 착공을 준비 중인 건설사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구매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시평액 순위 30대 건설사들도 일본산 제품을 찾는 사례가 늘고, 공공공사 현장에서도 일본산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제품 품질만 따지면 일본산이 우수하다”면서, “다만, 일본은 고강도 및 굵은 강종을 생산하지 않아 선택 범위가 제한적이다. 일본 제강사들이 적극적으로 KS인증을 따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사 임원은 “이미 직경 16㎜ 이하 철근은 전량 일본산으로 대체해 현장에 적용 중”이라며, “나아가 중장기적인 공사 실행률 관리 차원에서 철근 가공사와 협업해 일본산을 직구매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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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산업부
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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