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올해는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의 탄생 300주년이다. 이곳저곳에서 열린 기념 심포지엄에선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배치되는 ‘금융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금융ㆍ경제계에서 나왔다. 한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포퓰리즘 입법이 ‘보이지 않는 손’을 마비시켜 자유시장 질서를 파괴하고 대의제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임원은 “지난 수년간 시장 원리를 무시한 포퓰리즘은 재정을 악화시켜 한국 경제의 성장 여력을 급격히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야당 대표는 ‘모든 성인에게 1000만원 한도의 대출 제공을 의무화하자’는 기본 대출제도를 주장한 적이 있다. 최대 20년간 저금리로 빌려주면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대해선 정부가 보증을 선단 구상이다. 이는 두말할 필요 없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사례지만, 금융당국도 ‘정책금융’이란 명분으로 포퓰리즘에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필 때다.
정부기여금이 매칭 지원되는 ‘청년도약계좌’는 모처럼의 정책금융 흥행상품이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청년도약계좌 판매로 예대차에 따른 은행 손실이 청년 이외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상품은 은행이 많이 팔면 팔수록, 금리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금융사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직전 문재인 정부 때는 무소득 청년도 특별한 담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던 ‘청년 전ㆍ월세자금보증’ 정책은 2000억원이 넘는 보증사고 부메랑으로 돌아온 바 있다.
오는 9월부터 단계적인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를 앞두고, 지난달 금융당국은 ‘코로나 대출 연장’을 선언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1033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 규모지만, 수년째 지속해 온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유예를 이어갔다. 당장 산소호흡기를 떼는 것보다 차라리 금융 리스크 누적을 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의 은행 금리 개입도 일종의 정책금융 성격이다. 정부의 압박에 상반기 은행권은 경쟁적으로 대출 이자율을 내렸다.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끌어 내리다 보니, 수신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 같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은 종국에는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기획재정부의 6월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가채무는 1073조원에 육박한다. 이런 지경인데도 재정적자 확대를 통한 정책은 후대에 부채라는 짐을 지우는 것임을 망각해서 안된다.
무상 포퓰리즘 정책 원조국 그리스는 지난달 치러진 2차 총선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했다. 그리스 국민들은 그동안 좌파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에 나라가 망해가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고, 이에 느낀 극심한 피로감과 환멸을 표심으로 응답했다. 정부와 당국은 포퓰리즘의 최후를 반면교사 삼아 ‘경제성장’을 통한 국부(國富)를 이뤄내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그래야 세대를 아우른 공감도, 결국 유권자의 마음도 얻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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