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홍수 피해를 계기로 4대강이 재소환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지류ㆍ지천관리 종합대책’을 꺼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필요한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물관리 주무부처가 된 환경부는 내년 홍수예산의 20% 증액을 기재부에 요청했다. 대통령실 국정과제비서관 출신의 임상준 환경부 차관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인 만큼, 4대강 트라우마를 깨고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MB정부의 4대강 본류에 이은 지류ㆍ지천 5500㎞ 정비방안은 12년 전인 2011년 4월14일 발표됐다. 하지만 앞선 4대강에 대한 국민 피로도와 야당의 거센 반발을 의식한 청와대가 전격 진화했다. 국토해양부의 대책 발표 다음날 예정됐던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회의의 안건인 지류ㆍ지천 정비방안 보고계획을 취소한 것. MB정부로선 22조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에 이어 이에 버금가는 20조원대 세금을 쏟아붓는 지류ㆍ지천사업을 강행하기 힘들었다. 당시 민주당의 천정배 최고위원은 “국가채무가 400조원이 넘어가고 있는데, 4대강 지류사업에 20조원을 또 쓰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생니를 뽑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은 박근혜 정부 역시 토건사업에 적대적인 국민 여론을 의식해 4대강을 철저히 외면했고, 지류ㆍ지천사업도 흐지부지됐다.
당정이 포스트 4대강의 불을 지피고 있는 현 상황은 어떨까? 올해 5월 기준의 국가채무만 1088조7000억원으로 12년 전의 2.5배가 넘는다. 재정건전성 회복 기조를 내걸고 야당의 추경 요구까지 일축해온 윤석열 정부가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지류ㆍ지천사업에 대해 국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이란 명분 아래 일자리 창출, 경기 견인을 앞세웠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12년 전 지류ㆍ지천 정비계획 발표 당시 만난 국토해양부의 하천 담당과장의 “지류ㆍ지천정비가 없는 4대강 사업은 반쪽짜리이고, 홍수 저지 효과를 낼 수 없다”는 얘기가 찜찜하다. 본류와 지류 간의 준설 차이로 인한 역행침식을 막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얘기로 들려서다. 20일 만난 충청권의 한 기관장의 “원인이 다양하지만 미호강 바닥 준설만 제때 이뤄졌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수년간 홍수 피해가 두드러진 곳만 해도 대전 갑천, 여주 정비천, 미호강까지 지류ㆍ지천이 대부분이어서다.
전문가적 식견으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할 수자원학계의 행태가 가장 아쉽다. 오락가락하는 정권 입맛에 맞춰 끼워맞추기식 주장만 내놓으면서 정쟁을 부추기는 ‘폴리페서’란 비판만 사고 있다. 결론을 내기 힘들다면 아예 입을 닫고 후대의 평가에 맡기면 될 것을…. 12년 전 지류ㆍ지천 정비계획 논의를 중단시킨 청와대가 발표했던 입장문이 현명해 보인다. “‘국토해양부, 환경부가 지류ㆍ지천 정비사업을 예산 등 여건이 준비되는 곳부터 단계적으로 해나가겠다’고 하면 될 것을 거대 프로젝트처럼 묶어서 발표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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