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7일 KBS 추적60분이 방영되었다. 2019년 8월 30일 방송 이후 4년간 중단되었다가 부활한 것이다. 주제는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를 가다’였다. 봤다. 그리고 실망했고 후회했다. 중립적으로 방송한다는 말은 애초에 믿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 왜 편파 방송이라고 하는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후쿠시마현에서 제염되지 않은 매우 좁은 영역만 보여주었다. 후쿠시마 지역의 대부분은 소개명령이 해제되었다. 쓰나미로 파괴된 도로와 건물은 모두 신축되었기 때문에 깔끔한 신도시의 느낌이 나의 방문경험이다. 그런데 2.4%에 불과한, 소개명령이 해제되지 않은 지역과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가 된 빈집만 보여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에 버리고 간 주유소, 편의점, 주택 같은 곳이다.
둘째, 후쿠시마 어민과 제주 해녀의 우려하는 의견만을 들려주었다. 이는 그들의 입장이지만 전체적 의견은 아니다. 더 문제는 이런 의견은 과학적 자료가 아니라 의견이라는 것이다. 현재 후쿠시마현에 거주하고 있는 170만 명에 대해서 또 후쿠시마에서 농업과 어로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았다.
셋째, 방송의 30%는 후쿠시마 오염토의 관리실태, 도쿄전력의 조직문화 나쁜 사례, 방류반대 시위현장 등을 보여준다. 알프스(ALPS) 필터가 고장나도 오염수가 방출되지 않는다는 것은 증명된 것인데 알프스 고장사례만 심각하게 보여주었다. 대부분 해명된 IAEA 보고서에 대한 의혹도 여과없이 보여줬다. 하나같이 일본을 불신하게 만들고 우려를 증폭시키는 방향이었다.
넷째, 필자를 제외하고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반대하는 전문가의 의견만을 청취하였다. 반히데유키의 소속인 ‘원자력 자료정보실’은 전문기관이 아니라 특정비영리활동법인일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원자력 안전’ 등을 내건 연구소의 대표가 언론에 나오지만 그것이 1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페렝 달노키 페레스 (Ferenc Dalnoki-Veress) 역시 핵융합분야를 전공하다가 반핵활동으로 전향한 학자이다. 검색해 보면 40여편의 기고문이 제시되고 있지만 심사받는 저널 논문은 아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패널로 소개된 아르준 마키자니(Arjun Makhijani)는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역시 반핵성향이다. 버클리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후쿠시마 이슈에 대한 대부분의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방류 대신 지중배설을 주장했지만 그 방법은 안전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 배제된 선택지였다. 그의 이력도 평가를 받는 저널은 거의 없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의 티모시 무쏘(Timothy Mousseau) 교수는 미량의 방사능에도 인체와 동식물이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그것은 정통 학계의 주장과 다르다. 문턱값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 이하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린피스 소속 과학자 숀 버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도입부에서 이른 새벽에 배를 타고 후쿠시마 앞바다로 이동하는 장면은 아마도 깔끔하게 단장된 도로와 항구 그리고 건물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것일 것이다. 뭔가 긴박한 배경음악도 우습다. 그 지역은 그냥 평화로운 마을일 뿐이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굳이 상기시킬 필요도 없었다. 지금의 상황도 아니고 처리수 방류에 관한 사항도 아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매일 수백 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배출되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1994년부터 우리나라 인근 해역 40군데에서 바닷물을 채취해서 방사성 농도측정을 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그런데 지금 방류하겠다는 처리수는 배출기준 이하고 정화하고 희석한 물이다. 따라서 문제가 생길 턱이 없다.
배출기준을 정할 때, 이미 생물학적 영향, 환경 영향, 잠재적 후유증이 모두 고려되었기 때문에 산업활동에서는 배출시점에는 기준을 충족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데 이런 것이 새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잘못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배출기준 이내로 방류한다는 것은 환경영향이 무시할 만하다는 나의 주장은 다루어지지 않았고 주변적 얘기만 보여주었다. 추적60분은 방류의 안전성을 추적하는 대신, 암물한 분위기만 선택적으로 추적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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