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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라운지] 신탁회사가 신탁계약상 자금집행순서를 이유로 공사비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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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8-03 07:35:42   폰트크기 변경      




부동산신탁계약에는 신탁자금의 집행순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신탁회사가 자금집행순서를 이유로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어 실무상 혼란이 지속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의 법적 성격 및 자금집행순서 도래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에 관하여 명시적으로 판시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이 선고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건은 발주자인 A신탁회사, 원사업자인 시공사 및 하수급업체 3자 간의 직불합의에 따라 하수급업체가 A사를 상대로 공사대금 직접지급을 청구한 사건인데, 이 사건에서 원심 법원은 직불합의 당시 하수급업체가 신탁자금 집행순서를 예측할 수 없었으므로 A사의 자금집행순서 미도래 항변을 배척하고 하수급업체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발주자인 A사는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의무 한도 내에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하므로 원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하수급업체의 직접청구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있다고 보면서, 특히 “신탁계약 등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는 선순위 채권에 대한 자금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순위 채권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자금집행순서를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위 자금집행순서는 정지조건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정지조건부 법률행위에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권리를 취득하고자 하는 측에 그 증명책임이 있으므로, 이 사건에서 자금집행순서상 지급순서가 도래하였다는 정지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직접청구권의 효력을 주장하는 하수급업체 측이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3. 6. 29. 선고 2023다221830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은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한 선례로서 의미를 갖는 판결로서, 특히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는 정지조건에 해당하고, 자금집행순서 도래에 관한 증명책임은 신탁회사를 상대로 자금 지급을 청구하는 자에게 있다는 점을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신탁계약에서 정한 자금집행순서상 후순위 채권자일 경우 선순위 채권자에게 자금집행이 완료되었음을 명확히 입증하지 못한다면 자신에게 신탁자금이 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변호사(법무법인 율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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