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산업 투자 제한 조치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미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규칙 위반 사항들을 정리한 85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글로벌 산업ㆍ공급망 교란자”라고 비난하며 맞불을 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 사진: 연합뉴스 |
중국 상무부는 11일 중문판과 영문판으로 각각 발표한 ‘미국의 WTO 의무 이행 상황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ㆍ비관세 장벽과 자동차ㆍ반도체ㆍ청정에너지ㆍ핵심 광물 등 분야의 산업 보조금과 농업 보조금, 지식재산권 침해와 수출 통제ㆍ경제 제재 사례 등을 소개했다.
중국은 미국의 투자 제한 조치 직후 전날 외교부와 상무부를 동원해 “미국이 시장경제 원칙을 위배했다”며 강하게 반발한 데 이어 보고서까지 공개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상무부는 “미국은 ‘WTO 대가족’의 중요 일원으로서 규칙을 준수하고 WTO의 기본 원칙과 핵심 가치를 지켜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이후 글로벌 경제 회복과 세계의 평화로운 발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야 했다”면서 “유감스럽게도 미국이 한 것은 그와 정반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WTO 회원국들이 개시한 분쟁 해결 건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서 WTO의 결정을 선택적으로 집행했을 뿐만 아니라, 고집스레 상소기구 구성원 선발을 방해해 절차를 마비시킨 다자무역체제의 파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관영 중국중앙TV(CCTV)는 전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이 배타적ㆍ차별적인 보조금ㆍ지원 정책을 대규모로 시행하고 수출 통제 등의 수단으로 다른 회원국의 산업 발전을 저해했으며, 일방적인 관세 조치로 미국 중심의 산업망을 구축하는 한편 ‘가치관’을 기초로 우방국 아웃소싱을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 세계무역사(세계무역국) 책임자는 “중국은 WTO 내 최대의 개발도상국 회원국으로서 2001년 가입 후 다자무역체제를 지키고 WTO와의 약속을 이행했다”며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이자 다자무역체제의 주요 창시자ㆍ수익자인 미국은 일방적인 무역 괴롭힘과 산업 정책의 이중 기준으로 글로벌 산업망ㆍ공급망을 교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번 기회를 빌려 미국이 적시에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고 WTO의 규칙과 스스로의 약속을 확실히 준수해 다자무역체제의 권위ㆍ안정성ㆍ유효성을 수호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해 투자하는 것을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당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사전에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며, 투자 금지를 포함한 규제 권한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가지게 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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