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골재 수급의 10% 유지해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폭 감축
규제 지속, 현재 사실상 전면 중단
공사현장은 레미콘 납품량 증가
저품질 순환골재 대량 유통 의심
판 사람은 있는데 산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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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모래 세척설비 모습. 한때는 저장고를 가득 채웠지만 현재는 텅 비어있는 상태다. / 사진: 최지희기자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인천 남한강 유어선 부두에 위치한 바다골재(바닷모래 등) 업체인 A사. 한때는 연간 최대 600만t의 바닷모래 채취로 직원 500여명이 24시간 교대로 일하며 분주했던 곳이지만 지금은 9대 크레인과 모래 세척설비 등이 모두 놀고 있다. 한마디로 개점휴업 상태다. 이웃한 B사도 관리직 인원 1명을 제외한 모든 인력이 자택에서 대기 중인 상태다.
인천 지역에서 바다골재 채취업을 하는 13개사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문재인 정부 때 신설된 규제로 채취업의 발이 묶이자, 5년 사이 인천 지역에서만 6개사가 문을 닫았다. 작년 9월 바다골재 채취가 전면 금지되면서 3∼4개사 추가로 부도를 맞을 위기다. 바닷모래 채취를 위한 고정비만 월 2억원에 달한다. 근로자도 일자리를 잃었다. 5년간 지역 업계 종사자 900여명이 직장을 떠났다.
A사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경남 지역 어민들 표 좀 얻겠다고 하루아침에 바다골재 채취 허가량을 반토막을 내더니, 그나마 있는 허가량도 해양수산부 규제에 막혀 1년째 채취가 전면 금지된 상태”며, “정작 지역 어민들은 금어기간에 채취를 하라는 입장인데, 외지에서 온 시민단체나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목소리를 높여 채취를 막는다. 표심 정치 탓에 애꿎은 산업 하나가 사라진 셈”이라고 토로했다.
바다골재 채취는 1980년대 후반 주택 200만호 건설사업 본격화에 앞서 하천골재가 감소하자 1984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사업이다. 육상모래 등 다른 골재원과 달리 개발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건설경기가 안정화된 이후에도 정부는 국내 골재 시장의 품질 제고와 수급 안정화를 위해 바다골재가 전체 골재 수급의 약 10%(2500만㎥)는 유지하도록 독려해왔다.
바대골재에 대한 기조가 바뀐 것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그해 12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청와대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해양수산부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반영해 바다골재의 비중을 골재수요 대비 5%로 감축하는 내용의 바다골재 공급계획이 수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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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부터 해수부 규제로 바다 골재 채취가 전면 중단된 인천 지역 골재사의 모래 저장고 모습 / 사진: 최지희기자 |
이로 인해 2016년 2860만㎥에 달했던 바다골재 채취량은 2017년 1730만㎥, 2018년 808만㎥로 급감했다. 해수부의 채취 인허가 규제에 막혀 업계 내에서 혼선이 빚어졌던 2019년에는 232만㎥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바다골재에 대한 규제는 계속됐다. 인천을 포함 주요 바다골재 채취 사업이 1년 가까이 전면 중단되는 상황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천 지역의 대형 골재사 임원은 “최근 인천 옹진군에서 골재 채취가 진행됐던 선갑 지적의 채취 허가 기간이 작년 9월로 만료가 됐는데도 해수부는 1년째 채취 연장을 해주지 않아 수도권에 골재 대란이 일어난 상황”이라며,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도 지역 골재 수급이 막혀 콘크리트 품질 저하에서 비롯됐다는 개연성이 충분하다. 전통적으로 인천 지역 건설사업은 옹진에서 채취한 바다골재 의존도가 다른 지역의 2∼3배에 달했다”고 전했다.
바다골재 공급이 막히자 순환골재 등 저품질 골재를 대신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인천 지역 내 골재업체 관계자들은 “최근 1년 사이 인천 지역 내 레미콘사들로 순환골재 반입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순환골재는 한마디로 건설폐기물이다. 폐기물을 물리ㆍ화학적으로 처리해 순환골재 품질기준에 적합하게 만든 골재이지만, 아파트와 같은 건축공사에는 사용을 꺼린다.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콘크리트 강도 저하를 일으킨다는 학계 지적도 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골재업체인 C사 대표는 “인천 지역 레미콘사들의 바다골재 의존도가 20∼30%에 달했는데, 하루아침에 공급이 끊겼다면 그 공백이 정상적으로만 메워졌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실제 지역 순환골재 업체의 레미콘사로의 납품량이 급증했다. 그런데 이번 인천 검단 사고가 터지자, 레미콘사들 모두 순환골재를 구매한 적이 없다고 발뺌을 하더라. 판 사람은 있는데 산 사람은 없는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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