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숙자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
10일까지 코엑스서 열려…피카소ㆍ워홀ㆍ이우환ㆍ정상화 등 총출동
아시아 ‘큰손’ 컬렉터 등 대거 방한…수천억 원대 작품 직접 구입 나서
세계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을 비롯해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루시안 프로이트, 조안 미첼, 에곤 실레, 윌리엄 터너, 데미안 허스트, 트레이시 에민, 이우환, 정상화, 김창열, 박서보, 이왈종 등의 작품 1만여 점을 전시하는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가 6일 개막했다.
오는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한국 키아프(KIAF)와 영국 프리즈(Frieze Art fair)의 통합 아트페어다. 한국화랑협회와 프리즈 서울이 두 번째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한국 미국 일본 등 40여개국 340개 화랑이 참가했다.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미술품 견본 시장으로 국제 시장의 거래 지표를 형성하며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작년에는 기업인과 아트 컬렉터, 아트딜러, 작가, 미술품 애호가 등 7만여 명이 다녀갔다. 매출액도 6000억 원대를 넘겼다. 올해는 지난해 팬데믹으로 못 온 중국의 ‘큰손’ 컬렉터들까지 대거 방문할 예정이어서 첫날부터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국내외 미술품 5000여점 전시
올해로 22년째를 맞는 키아프 서울에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20개국에서 화랑 210곳이 참가해 열띤 판매경쟁에 돌입했다. 화랑들은 국내외 대가의 수십억원대 작품부터 신진의 독창적인 영상설치, 조각, 사진까지 5000여 점을 풀어놓았다.
갤러리 현대는 영국의 개념미술가 라이언 갠터와 서정적 추상화가 이성자 작품을 집중 배치했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가 박서보·하종현을 비롯해 색채화가 최욱경, 미디어아트로 주목받는 정연두 작품을 한자리에 배치했다.
학고재화랑은 ‘제주의 화가’ 강요배를 비롯해 법관, 김선두, 장승택, 양순열, 토마스 샤이비츠 등 국내외 작가 15명의 최근작으로 부스를 가득 채웠다. 청작화랑 역시 운보 김기창의 아내로 유명한 박래현의 유작을 비롯해 조각가 김영원과 신재환, 이숙자, 김경자 박은숙의 작품 20여점을 펼쳐놨다.
또 노화랑은 극사실주의 대가 이석주의 작품, 선화랑은 보리밭 작가로 유명한 이숙자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예화랑은 재미화가 김원숙 곽훈뿐만 아니라 박현주 이상수 이환권의 근작들을 들고 나왔다. 가나아트갤러리는 실험 미술 대가 김구림 작품을 전략 상품으로 걸었고, PKM갤러리는 작품성과 시장성을 고루 갖춘 단색화가 윤형근ㆍ정창섭ㆍ유영국 작품으로 부스를 특화했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키아프는 젊은 작가를 발굴·소개해야 한다는 아트페어의 기본 원칙에 초점을 맞췄다” 며 “키아프만의 젊음과 역동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신작 중심으로 행사를 꾸렸다”고 강조했다.
알짜 이벤트 놓치지 마세요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특별전도 마련했다. IT 강국의 강점을 살린 ‘뉴미디어 아트 특별전’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을 비롯해 한국미디어아트협회 소속 작가 그룹 등 10개 팀의 작품 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비엔날레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이어서 관람객들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
전통 한국화의 현대화에 부단하게 파고든 ‘박생광-박래현의 작품전’도 볼거리다. ‘그대로의 색깔 고향’이란 제목이 붙은 이 전시에는 박생광의 수작들과 박래현의 다양한 판화 작품들이 내걸렸다. K-아트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전통 한국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신생화랑과 젊은 작가들이 참여하는 ‘키아프 플러스’에서는 신진 작가와 NFT, 뉴미디어 아트를 만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 전시장에는 MZ세대 작가들의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을 집중 소개하는 ‘다시 하늘 위로(Above the Ground)’를 주제로 한 ‘인 씽크(In Sync)’전이 열리고 있다. 현대미술의 최신 경향을 탐색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눈길을 붙잡는다.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키아프-프리즈 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
프리즈에 국내외 유명화랑 120여 곳 출동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독일 등 30여개국 화랑 120여곳이 프리즈서울 행사에 출동해 치열한 작품판매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시아에 기반을 둔 메이저 화랑들은 메인 섹션에 부스를 차리고 큰손 컬렉터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한국에서는 국제갤러리, 학고재, 갤러리현대, PKM갤러리, 갤러리바톤이 지난해에 이어 이름을 올렸고, 가나아트센터가 올해 처음 참가했다.
세계 유수의 갤러리들은 월드 아트스타들의 작품을 대거 들여와 컬렉터를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스위스와 영국에 기반을 둔 다국적 메이저 화랑 하우저앤워스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필립 거스턴의 작품을 ‘얼굴 상품’으로 내걸었다. 1978년에 제작된 거스틴의 ‘전투 I(Combat I)’는 캔버스 가장자리를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보이는 팔과 말굽, 밑창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하우저앤워스는 또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은 설치작가 루이즈 부르주아 작품은 물론 조지 콘도, 폴 매카시 등의 근작을 라인업했다.
미국화랑 데이비드 즈워너는 캐서린 번하트와 로즈 와일리의 수억원대 작품을 들고 나왔다. 뉴욕의 가고시안은 백남준의 ‘TV 붓다’와 조나스 우드 작품 홍보에 역점을 두고 있고, 페이스는 로버트 나바와 로렌스 위너의 작품판매에 승부를 걸고 있다. 또 미국의 리만 머핀갤러리는 한국 설치작가 이불과 성능경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데이비드 코단스키는 메리 웨더퍼드의 개인전을 열어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의 구매력을 타진한다는 전략이다.
프리즈서울에 처음 참여하는 시카고 그레이갤러리는 폴 세잔느를 비롯해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루시안 프로이트, 조안 미첼, 에곤 실레, 윌리엄 터너, 데이비드 호크니, 알렉스 카츠 등 쟁쟁한 대가들의 수작 30여 점을 세일하고, 미국의 제시카 실버만 갤러리는 우디 드 오셀로의 아시아 데뷔전을 개최하고 있다.
프리즈서울 역시 특별전을 통해 컬렉터들에게 볼거리와 흥미를 제공하고 있다. 고대 유물부터 희귀 필사본과 서적부터 20세기 세계화단의 걸작까지 수천 년의 예술을 한자리에 모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 에는 첫날부터 관람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아시아 기반 젊은 갤러리의 솔로 부스 ‘포커스 아시아 (Focus Asia)’에도 관람객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패트릭 리(Patrick Lee)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며 “프리즈 서울 개최 후 서울이 아시아에서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예술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경갑 기자 kkk10@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