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백경민 기자] 국내 감리 대가 구조는 기형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예산을 편성할 때는 기획재정부의 공사비요율을 적용하고, 대가를 책정할 때는 국토교통부 기준에 따른 실비정액가산방식을 활용하면서 항상 대가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공사비요율 방식은 공사비에 일정 요율을 곱해 대가를 산출하는 것이다. 직접인건비와 직접경비, 기술료, 부가가치세 등을 일일이 계산해 현장 집행 금액에 가까운 비용을 산출하는 실비정액가산방식 대비 10~20% 낮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감리 업무를 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1000원인데, 정작 지급할 수 있는 돈은 800원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이마저도 입찰 과정에서 80% 수준의 낙찰률로 금액은 더 쪼그라든다.
이는 곧 현장에 투입되는 감리 인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산술적으로 10명을 필요로 하는 현장이지만, 정작 투입되는 인력은 8명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인건비가 오르면서 제경비 등을 줄이는 식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민간 감리 시장은 주택 요율제를 반영해 대가를 산출한다. 관련 요율은 건축, 건설엔지니어링, 주택, 시공 등 4개 단체가 협의해 정하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4개 단체 협의가 쉽지 않아 요율 수준이 200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이나 민간 할 것 없이 투입되는 인력의 한계로 업무가 가중돼 제대로 감리가 이뤄질 리 만무한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 예산이 국토부 대가 기준 대비 70~80% 수준에 그친다”며 “기재부 예산에 의존하는 지자체 등은 그에 맞춰 추진하거나 국토부 대가기준에 따르더라도 대폭 축소해 책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기가 연장돼도 대가는 요지부동이다. 공기 연장에 따른 추가 대가가 나오기는커녕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현장 인력 감축 및 등급 조정이 이뤄지는 실정이다.
감리는 사업수행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유동적이다. 건설공사 특성상 기존 계획대로 끝마치기가 쉽지 않거니와 예산 배정이 제대로 안 돼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총사업비 관리지침은 발주자의 방패막이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 지침 제70조(감리비의 조정기준)에는 공사 물량의 변동 없이 사업기간이 연장되는 경우 감리비 추가 요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발주처의 귀책사유에 따라 전체 계약금액의 5% 내에서 조정이 이뤄지는 정도다.
감리업체로서는 비용 증액 없이 기간만 연장되다 보니, 인건비 부담에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다른 관계자는 “공기가 연장되면 발주처에서는 다음 입찰 때 배려해 줄 테니 인원을 빼거나 등급을 조정하라고 한다”며 “감리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는 데 있어 대가 문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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