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데스크칼럼]부동산 공급대책 먹힐까?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3-09-22 06:00:26   폰트크기 변경      
김국진 부동산부장

“재건축 등 각종 규제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부족이 누적된 상태다. 경기 침체로 민간부문 공급 감소도 지속돼 향후 경기회복 시점에 수급불안에 의한 가격상승 우려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MB 정부가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및 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담긴 대책의 배경 설명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건설업체가 줄줄이 도산하고 미분양주택이 16만가구를 웃돈 시기였다.

14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정부가 거의 똑같은 이유로 다음주 ‘주택 공급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이와 관련, “국민들이 몇 년 뒤 현재 가격으로 절대 집을 살 수 없을 것이란 불안 심리가 불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주택 공급과 함께 시세보다 30% 정도 낮은 가격에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이 부분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건설업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자금난을 완충할 방안과 더불어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 도시형생활주택ㆍ생활형숙박시설 규제완화 등 주택공급 측면의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원 장관이 “세금을 깎아 집을 사라는 메시지가 담긴 방안은 배제하겠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한 만큼, 주택수요 견인책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강남권의 알짜 그린벨트까지 풀어 ‘반값 아파트’로 불린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를 1∼2년 앞선 사전예약으로 공급한 MB 정부와 대비된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완화하려면 ‘더 좋은 입지의 보다 싼 아파트가 쏟아진다’는 확실한 정책 시그널을 줘야 하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자금난으로 줄줄이 멈춰선 주택사업장과 이로 인해 도미노부도 위기에 내몰린 지방 중소건설업계, 그리고 이를 보며 전전긍긍해 하는 금융사ㆍ신탁사들의 위기를 과연 조금이나마 덜어낼 지도 의문이다.


실상 정부로선 가용할 정책수단이 마땅치 않다. 바로 활용할 그린벨트 찾기도 어렵고, 자잿값ㆍ공사비 급등으로 ‘반값 아파트’는 엄두도 내기 힘들다. 치솟는 가계부채와 급감하는 세수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회 구도 속에 앞서 발표한 취득세 완화, 주택 실거주 의무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규제 완화도 발이 묶여 있다.

특히 현 부동산시장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못지않게 악화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부동산정책 기조가 섣불리 출구를 모색하는 듯한 모습이 가장 걱정스럽다. 지방 곳곳에선 중소건설사들이 부도 위기로 내몰려 ‘아우성’이다. 하지만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을 축소하는 등 대출규제를 다시 죄고 원희룡 장관은 부동산시장 과열을 경계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내년 총선을 의식해 부동산시장 과열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 기조의 전환으로 읽힌다.

주택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부동산가격 상승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경험한 ‘데드 캣 바운스’란 시각이 많다. 부동산가격 지표가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주택건설산업계의 실제 현실과 달라서다. 서울ㆍ수도권의 아파트 등 일부 상품 중심의 반등일 뿐, 다시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에 힘이 실리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부동산시장 과열 방지와 지방권 중소건설기업의 위기 구제란 두 가지 목표는 사실 대척점에 있다. 서울 강남권부터 퍼져나가는 부동산시장 생리상 지방권 프로젝트를 살리려면 수도권시장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과열돼야 하기 때문이다. 앞선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분명히 봤고, 그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현 정부로선 딜레마 상황이다.


정부로선 두가지 목표 사이의 접점 찾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지나치게 안이하게 판단해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주택 공급대책에 그친다면 건설은 물론 금융, 실물경기 충격을 막을 적기를 놓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국토부가 가장 우려하는 현 정부 임기말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질 공급대란과 가격 불안도 피하기 어렵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 밥상에 오를 정부의 이번 대책에 대한 이런 걱정이 기우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국진 기자 jinn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