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혼란 속 내일 본회의 불발될 듯
장기화 땐 대법관 제청 등 차질 불가피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가 사법부까지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의 혼란 속에 사실상 국회가 마비되면서 30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사진: 연합뉴스 |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이날 종료됐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의 후임은 아직 공식적으로 임명되지 않은 상태다.
당초 여야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25일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되는 등 국회 일정이 ‘올스톱’됐고, 다음달에는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어 본회의를 열기도 쉽지 않다. 여야 합의에 따른 다음 본회의는 11월9일로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땐 선임 대법관이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장 공석은 지난 1993년 당시 김덕주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사퇴한 이후 30년 만이다. 당시 최재호 대법관이 2주간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여야가 당장 본회의 일정을 추가로 잡지 않으면 대법원장 공석 사태 장기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A부장판사는 “원칙적으로는 단 하루라도 대법원장 자리를 비우면 안 되겠지만, 국회 일정상 단 며칠 비워두는 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되겠느냐”면서도 “다만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한두 달씩 이어진다면 완전히 얘기가 달라진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 상고심 사건을 다루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도 문제다. 전원합의체는 재판장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2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명이 빠진 상황에서는 찬반 의견이 6대 6으로 팽팽하게 나뉠 경우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대법원 구성 자체도 문제다. 안 대법관도 내년 1월 민유숙 대법관과 함께 퇴임 예정이라 조만간 후임 인선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대법관에 대한 임명 제청권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권한인 만큼 권한대행이 이를 행사할 수 있는지 불명확한 상태다.
결국 대법원장 공석 사태 장기화가 상고심 심리 지연은 물론, 대법관 임명 제청 지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부장판사 출신인 B변호사는 “대법원장 퇴임이 예고된 상황에서 여야가 정치적인 이유로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올리지 않은 것은 임무 방기”라며 “표결 결과에 관계없이 국회가 21일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 동의 여부를 가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문제도 있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이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몰표’를 던질 경우 임명동의안 자체가 부결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윤 대통령은 후보자 지명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이유로 반대 기류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경우 민주당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헌정사상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가 유일하다.
이 때문에 법원 안팎에서는 국회가 후보자의 적격성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C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영장심사와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원칙적으로 다른 문제다. 이 후보자에게 문제가 있다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될 일 아니냐”며 “여야가 대치 중인 상황에서 법원이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는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 서글프다”고 말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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