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생산라인./사진: 현대차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10년 이상 공들이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알짜시장에서 철수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현대차 공장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렸다”면서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며, 인수 기업은 국내(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이어 그는 “그들은 옵션을 계획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을 고려하면 (유효기간이) 2년으로 제한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대차가 러시아 기업에 공장을 넘길 경우 다시 되살 수 있는 권리인 바이백(buyback) 옵션을 의미한다. 러시아 언론도 현대차가 바이백 옵션을 활용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 정해진 내용은 없고, 여러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상태다. 다만 러시아 중앙정부 고위 관료가 공장 매각이 임박했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만큼 실제 이 같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이 내년 말쯤엔 마무리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기도 하는데, 현대차는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큼에도 공장매각을 검토하는 건 전쟁 종료 후에도 점유율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맥을 못 추는 중국시장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 시장은 그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전쟁 기간 중 중국 업체가 러시아 시장에 대거 진입했다는 점도 현대차에게 상당한 부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이백 옵션을 고려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라며 “투자자나 이해당사자들에게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정도로만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한 현대차는 2010년 연간 생산능력 22만대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준공했고, 이듬해 현지 생산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160만여대에 달하는 알짜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는 러시아 기후 특성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 해외시장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며 판매량을 늘려왔다. 이에 현지 시장에서 점유율 3위권 업체로 우뚝 섰고, 한 때 점유율 1위(28.7%, 2021년 8월)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 제재로 러시아에서 자동차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자 그해 3월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현지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유럽비즈니스협회(AEB)에 따르면 현대차의 러시아 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2892대에서 올 8월 6대로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생산법인 순손실액도 지난해 2300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2200억원이 넘었다.
업계에선 러시아 산업통상부가 이달 중에 현지 자동차 기업인 아브타토프가 제안한 ‘현대차 공장 생산 현지화 방안’ 평가를 실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브타토프는 지난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현대차 공장에서 가스 엔진을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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