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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9ㆍ26 대책과 지속가능한 주택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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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06 11:40:38   폰트크기 변경      

지난 9월 26일 정부는 주택공급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주택공급 감소의 문제를 선제적으로 인식하고 대응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주택공급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인허가를 득한 주택은 21만 호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 감소하였다. 착공은 인허가보다 심각하다. 작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감소폭이 56%에 달한다. 이는 인허가를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업장이 많음을 의미한다. 또한, 작년은 예년 대비 착공이 큰 폭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22년 착공 물량은 38만호로 12년 이래 가장 적었다. 현재의 감소세가 지속되면 연간 착공물량은 20만 호 내외로 예상되며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불과할 것이다.

금융위기 당시 몇 년간의 주택공급 감소를 겪은 이후, 시차를 두고 주택시장에 어떤 현상이 나타났는지 반추해보자. 단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에 따라 전세시장이 요동쳤다. 2010년에서 2011년 동안 전국 전세가격 상승률은 20%에 달했다. 전세가격 상승폭은 축소되었지만 2015년까지 주택시장은 전세 불안에 시달렸다. 전세대란 이후에는 집값 급등이 나타났다. 2018년부터 나타난 주택가격 급등세는 2021년까지 이어졌고 2021년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15%에 달했다. 전세와 집값의 상승은 젊은 영끌족을 양산하였고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주거비 부담은 크게 확대되었다. 이뿐 아니라 자산격차 확대, 가계부채 증대, 민간소비 위축 등 다양한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주택공급의 중요성에 대해 배웠다. 현 시점에서 주택공급 문제에 대응한 정책적 타이밍은 적절했다.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민간 시장 회복력 지원이다. 지난 10년간 주택착공 실적 중 민간 비중은 84%에 이른다. 민간 회복 없이는 주택공급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금번 대책에서 발표된 공공택지 전매제한 완화는 사업 추진이 가능한 사업자에게 택지를 제공해 줄 것이다. 또한, 공사비 증액 기준 마련, 인허가 절차 개선, PF대출 보증 확대 등도 사업 여건을 개선하고 단기적 신용 경색 상태에 있는 사업장의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다. 9ㆍ26 대책이 고금리, 공사비 상승, 경기 침체라는 3중고를 겪고 있는 민간 공급자의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책도 중요하지만 시장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대책이 안정적 정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답을 찾고 실행력을 담보해야 한다. 작년부터 PF지원 등 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사업장의 애로는 계속되었다. 대책이 현장에 맞는 디테일을 갖춘 정책으로 다듬어져야 한다. 여기에 더해 정책 결과를 모니터링하는 절차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전히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실거주의무 폐지 등 다수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금번 대책에는 수요정책이 빠졌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정책 안정과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조속한 입법과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출범 초 임기 내 270만호 주택공급을 약속했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결과를 달성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러나, 주택공급은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아니다. 규제는 정부가 단독으로 집행할 수 있다. 그러나, 주택공급은 토지 확보, 기획, 자금조달, 기술, 인력 등 개별 프로세스와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을 동시에 고려해 시스템과 건설산업이 수행함에 따라 정부의 생각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여기에 중앙정부, 지방정부, 건설산업계, 금융산업계 등 다수 시장 참여자의 협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안정적 주택공급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하되, 시장친화적 정책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주택공급의 지속가능성은 어려운 과제이나 장기적 주택시장 안정과 나아가 주거안정의 밑바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부의 대책이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이충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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