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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계획도시정비법안 “특정지역 용적률 특혜” vs “유사사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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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10 17:23:18   폰트크기 변경      
법 적용 범위 놓고도 “분당만을 위한 법” vs “노후도시 정비 위한 근거법”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안이 형평성 논란에 휩싸여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용적률 완화’ 조항을 놓고 ‘특정지역을 위한 특혜’로 보는 의원들이 적잖아 단일안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신도시 정비를 위한 법안은 ‘노후신도시 재생’, ‘노후계획도시 정비’ 등 다양한 명칭으로 13건의 제정법안이 발의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13일 소위에서 병합심사를 통해 단일안 도출이 시도됐지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적용대상인 지역구 의원과 그렇지 못한 의원들 간의 미묘한 입장차로 평행선을 달렸다.

법안 중 최대 쟁점은 ‘용적률 완화 특례’ 조항이었다. 앞선 심사에서 의원들이 제기한 의견을 반영해 이날 국토위 수석전문위원이 제시한 ‘수정초안’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 제78조 및 관계 법령에 따른 용적률 상한의 100분의 150 이하의 범위에서 정한다”로 규정됐다.


국토계획법 제78조는 주거지역, 상업지역, 공업지역, 녹지지역 등으로 구분되는 ‘용도지역’에 따라 용적률의 최대한도를 설정해놓고 지역특성을 고려해 특별시·광역시·시·군 조례로 세부적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에선 주거지역을 전용주거지역(제1~2종), 일반주거지역(1~3종), 준주거지역 등으로 나누는 등 용도지역 별로 더 세분화해 용적률의 상·하한을 정해놓고 있다. 예컨대 시행령에 따르면 제2종 전용주거지역 용적률은 50~150%, 준주거지역은 200~500%이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 성남시 조례는 제2종 전용주거지역 상한을 120%, 준주거지역 상한은 400%로 각각 정하고 있다. 여기다 법안의 ‘100분의 150’을 적용할 경우 제2종 전용주거지역 상한은 150%에서 225%로, 준주거지역은 500%에서 750%까지 각각 올라간다. 성남시 조례도 더 끌어올릴 여지가 생긴다.

이를 겨냥,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국회의원이 됐든 국토부의 정부입법이 됐든 법안마다 용적률을 전가의 보도처럼 이랬다저랬다, 조자룡이 헌창 휘두르듯이 멋대로 그냥 올렸다 내렸다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생각한다”고 직격했다.

반면 1기 신도시인 분당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성남시 분당구을)은 “큰 틀에서 이 법이 기존의 도정법이나 뉴타운법, 기타 지역특구법에서 주고 있는 용적률이라든지 기타 특례 사항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큰 특례를 주는 법은 아니다”라면서 “용적률의 상향 없이는 재건축이 불가능한 현실은 엄중하다”고 법안을 옹호했다.

실제로 도정법(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공공재개발사업의 경우 ‘법적상한용적률 20% 초과’를 허용하고 있고, 공공재건축사업에선 주거지역 내에서 ‘종 상향’을 허용하고 있다. 주거지역에서 종 상향이 이뤄지면 기존 용적률의 150%에 근접한다. 예컨대 제1종전용주거지역의 상한이 100%인데 이를 한 단계 위인 제2종전용주거지역으로 상향할 경우 상한이 150%로 늘어나 150%에 해당된다.

국토교통부도 1기 신도시 조성 당시 대규모 주택공급을 위해 애당초 용적률을 높게 잡았기 때문에 향후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용적률 특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198%로 여의도 시범아파트(165~171%), 목동아파트 1~14단지(117~164%) 등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용적률 완화에는 반대급부로 ‘공공기여’가 뒤따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안에 따른 용적률 증가분의 70% 이내에서 국민주택규모(전용면적 85㎡ 이하) 주택 등을 건설해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공재개발사업에서 용적률 증가분의 20~50%를, 공공재건축사업에선 증가분의 40~70%를 각각 국민주택규모 주택을 건설해 공공기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국토부까지 나서서 법안을 적극 옹호하고 있지만 안전진단 완화, 리모델링 특례 등 다른 쟁점도 많은 데다 법안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상당수 의원들 때문에 국토부가 바라는 대로 ‘연내 법안 통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법 적용 범위도 논란…“분당만을 위한 법” vs “노후도시 정비 위한 근거법”


‘노후계획도시정비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 적용 대상 범위에 대해서도 의원들 간에 입장이 엇갈렸다. 이는 ‘노후계획도시’의 정의와 맞물려 있는 문제다. 수정초안은 “대규모 주택공급 등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택지개발사업 등에 따라 조성 후 20년 이상 경과하고 면적이 100만㎡ 이상인 지역을 말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법안소위 위원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구병)은 법안심사에서 “건물의 수명은 보통 30~40년 정도 되는데 굳이 20년으로 해야 될 이유가 무엇이며, 면적도 100만㎡ 이상이라 구도심과 1기 신도시법이라고 할 수 있다. 왜 굳이 이렇게 한정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면적기준 100만㎡는 평균 계획인구 2만~2만5000명, 주택 1만호 공급가능한 생활권 단위”라면서 “도시 차원의 정비를 위해 필요한 최소면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도시주거환경정비법’, ‘도시재정비촉진법’과 달리 더 넓은 면적(노후계획도시)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선 필요하다는 의미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20년 이상, 100만㎡ 이상’ 기준을 적용하면 전국적으로 51곳에 이르며, 그중 수도권은 서울 8곳, 경기 13곳, 인천 3곳 등 24곳에 그친다. 나머지 27곳은 모두 지방이어서 수도권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재건축사업은 사업성이 있어야 추진 동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적용가능한 곳은 ‘분당 먼저’라고 국토부도 인정했다. 때문에 맹성규 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갑)은 “사실 이 법은 ‘분당도시재개발특별법’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맹 의원은 “만일 이 법이 통과되는 경우에는 대상 지역에 계시는 분들은 굉장히 부풀게 될 것이다. 과도한 선전과 과도한 희망고문이 될 개연성이 높다”고 입법 자체를 비판했다.

반면 김병욱 민주당 의원(경기 성남시분당구을)은 “‘도시재정비촉진법’이라고 하는 ‘뉴타운법’이 2005년도에 만들어졌는데 실질적으로 서울시의 뉴타운 재건축이 활성화된 것은 2012년, 2013년도”라면서 “이게 희망고문을 하는 게 아니고, 법적·제도적 근거를 만들어 놓는 것”이라고 근거법으로서 필요성을 강조했다.


도시 개발 및 정비 위한 법 계보…‘토지구획정리사업법’에서 ‘도시재정비촉진법’까지

신도시 개발을 위한 1세대 근거법은 1966년 제정된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이다. 1970년대 재정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토지구획정리사업은 환지방식의 보상을 통해 공공용지를 확보하고 택지를 공급하는 등 시가지 개발에 기여했다. 특히 서울 강남 개발에 근거법으로 활용됐다.토지구획정리사업은 주로 단독주택지를 공급했기 때문에 도시화에 따른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환지방식의 보상은 개발이익의 사유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

1980년 12월 대도시로 몰린 인구 분산과 도시 외곽에 대규모 공공택지 공급을 목적으로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됐다. 공공 주도로 환지 방식이 아닌 수용을 통한 전면매수 방식이었다. 1기 신도시가 택지개발사업으로 건설돼 수도권 주택난 해소에 기여했다. 그러나 ‘베드타운’으로 대변되는 편중된 도시기능과 민간참여 제한, 지역주민 의사반영 불충분 등 적잖은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따라 주거, 산업 등 각종 기능이 어우러진 자족적 도시를 개발하기 위해 ‘도시개발법(도개법)’이 2000년 1월 제정됐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도시개발방식에서 탈피해 지역실정을 고려한 도시개발을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었다.

다른 한편, 대량 공급된 주택들이 시간이 흘러 노후됨에 따라 구시가지를 체계적으로 정비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2002년12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이 제정됐다. 종전에는 재개발, 재건축, 주거환경개선 사업이 각각 별도 법에 따라 추진된 탓에 일관성과 계획적 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도정법은 ‘선계획-후개발’ 원칙에 따라 토지소유자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정비사업이 도시관리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정비사업을 좀 더 광역적으로 실시해 도시기반 시설 공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05년 12월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도촉법)’이 제정됐다. ‘재정비촉진지구’ 규모는 생활권 기반시설 확보를 위해 ‘주거지형’은 50만㎡ 이상, ‘중심지형’은 20만㎡ 이상으로 정해 대규모 정비사업이 가능토록 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후계획도시정비법안’은 적용대상 면적을 ‘100만㎡ 이상’으로 설정해 도촉법보다 더 큰 규모의 정비사업을 겨냥하고 있다.


권혁식 기자 kwo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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