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기습공격이 있은 지 엿새째인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작전 최전선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이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13일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주민 대피 권고는 선전전이자 심리전에 불과하다면서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은 집을 떠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IDF)은 성명을 통해 “IDF는 가자시티내의 모든 민간인에게 스스로 안전과 보호를 위해 집에서 남쪽으로 대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가자시티는 군사작전이 벌어질 구역”이라면서 “앞으로 며칠 내에 가자시에서 지속적으로 대규모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마스는 그러나 “(이스라엘이) 시민 사이에 혼란을 조성하고 우리 내부전선의 안정성을 떨어뜨리려는 목적으로 다양한 경로로 거짓 선전을 확산·유포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무부는 이스라엘이 “우리 내부 전선을 타격하고 시민을 축출하기 위해 심리전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엔은 전날 밤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가자지구 전체 주민(230만명)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110만명을 24시간 이내에 남부지역으로 이동시킬 것을 통보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도 중앙 운영센터와 현지에 있는 국제 직원들을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이에 대해서도 국제기구에 고용된 직원들이 대피하지 않고 제 위치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의 한 보안 관련 소식통은 “주민들은 북부를 떠나는 것이 막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dpa 통신은 보도했다.
그러면서 현지 목격자들을 인용해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려던 주민 다수가 하마스에 가로막혀 북부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았으며, 이에 현지에선 혼란과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인간방패’로 악용한다고 오랫동안 비난해 왔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과거 시리아 등지에서 민간인과 어린이 폭격을 막는 인간방패로 썼던 것과 유사한 전술을 하마스가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민간인에 대한 인명 피해는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예민한 문제인 만큼, 하마스의 전술이 현실화 될 경우 이스라엘로서도 제약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의 지상군 작전과 관련해 민간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쟁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방식이 중요하다”며 이를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뿐만 아니라 이달 7일 하마스가 감행한 기습공격 중에 이스라엘에서 납치돼 하마스와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 등이 억류 중인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등 국적의 인질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최근 24시간 사이에만 가자지구 곳곳에서 13명의 인질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면서 “사망자 중에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중동 이슬람 국가들은 물론 서방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한 이스라엘군의 작전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데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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