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안철상ㆍ민유숙 대법관 후임 인선 절차 진행않기로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전국 3만여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16일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오석준(61ㆍ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과 이종석(62ㆍ15기) 헌법재판관, 조희대(66ㆍ13기) 전 대법관, 이광만(61ㆍ16기)ㆍ홍승면(59ㆍ18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5명을 공개 추천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낙마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20일 넘게 이어지는 상황에서 변협의 후보 추천이 ‘구인난’에 빠진 윤석열 대통령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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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이광만ㆍ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
변협은 이날 사법평가위원회를 열고 “법조의 한 축으로서 정치와 여러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중립적인 입장에서 우리 사법을 신속히 정상화하고 국민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대법원장 적임자를 추천하고자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대법원장 자리는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 이날까지 22일째 비어있다.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진행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법관 임명 제청을 비롯한 법관 인사까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변협은 “현재 대한민국 사법부는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로 전체적인 사법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는 중대한 위기 상황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가뜩이나 심각한 ‘재판 지연’ 문제가 더욱 심해질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변협의 지적이다.
특히 “대법원장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수호할 확고한 의지가 있고, 풍부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행정능력을 갖춘 청렴ㆍ결백한 인물이어야 한다”며 “재야 법조계와 사회 전반의 여론을 폭넓게 수렴해 대법원장이 되기에 적절한 후보자군을 먼저 선정한 후 변협 사법평가위의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후보자를 추천했다”고 강조했다.
변협이 이날 추천한 후보들은 모두 재판은 물론, 사법행정에 대한 이해가 높아 사건 처리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법원의 난제를 해결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중도ㆍ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오 대법관은 두 차례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지내 대내외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윤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김 전 대법원장 임명 당시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대법원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는데, 오 대법관은 이 같은 우려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 대법관이 대법원장에 임명되면 헌법에 따라 대법원장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고, 윤 대통령은 대법관 한 명을 새로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이 재판관은 2018년 당시 제1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선출된 만큼 헌법재판소 내에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과는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아 심리를 이끌었다.
이 재판관은 현재 차기 헌재소장 후보로도 거론되는데, 만약 이 재판관이 대법원장이 될 경우 국회는 여당인 국민의힘 추천 몫의 헌법재판관 한 명을 새로 선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대법관에 임명된 조 전 대법관은 2020년 퇴임 이후 성균관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구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판결문 작성 사업을 펼쳤고, 사법부 발전에 헌신하고 국가ㆍ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2020년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다만 조 전 대법관은 1957년생이라 대법원장 임기 6년을 다 채우지 못한다. 대법원장 정년은 70세다.
이 부장판사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부산지방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원 내에서도 법리 해석을 치밀하게 하는 판사로 정평이 나있을 뿐만 아니라, 겸손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후배 법관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부장판사 역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ㆍ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 법리에 밝을 뿐만 아니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내는 등 사법행정에도 능통해 차기 대법원장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변협 등으로부터 꾸준히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지만, 본인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은 별도의 후보 추천 과정 없이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후보가 지명되지만, 변협은 지난 1999년부터 상징적인 의미로 대법원장 후보를 추천해 왔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 퇴임을 앞두고 변협은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24년간 이어오던 관례를 깨고 후보 추천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 낙마로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변협은 더 이상 이번 사태를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변협은 지난 6일 전국 지방변호사회에 후보 추천을 요청한 뒤 13일 전국지방변호사회장협의회를 거쳐 이날 사법평가위에서 최종 후보를 확정해 발표했다.
변협은 “이번 대법원장 적임자 추천은 사법 공백 상황을 신속히 정상화하고자 하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은 해당 후보자들을 선정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 변협이 추천한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를 골라 지명하고, 동의권자인 국회 역시 최단기간 내에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날 김 전 대법원장 퇴임 이후 두 번째 대법관 회의를 열고 대법원장 권한대행의 권한 행사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논의한 결과 안철상ㆍ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위한 사전 절차를 일단 진행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현재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안 대법관과 민 대법관의 임기는 내년 1월1일까지다.
법원행정처는 “임명 제청권을 위한 사전 절차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에 따라 2024년 1월1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들의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는 부득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와 관련해서는 “대법원장 권한대행이 재판장 권한을 대행해 심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대법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며 “전원합의체에서 심리할 사건의 선정, 선고 여부 등은 권한대행이 사건의 시급성, 필요성 등을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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