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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수주절벽’보다 더 무서운 ‘착공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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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0-31 05:00:14   폰트크기 변경      
김국진 부동산부장


올해 건설수주액이 작년(229조7000억원)보다 21.2% 급감한 181조원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한국건설경영협회에서 나왔다. 그마저 ‘올해 공공ㆍ민간의 계획물량이 일정대로 소화됐을 경우’란 전제를 달았다. 대한건설협회가 집계한 올해 8월 누적 건설수주액 감소폭은 24.5%(151조3352억원→114조2289억원)로 더 크다. 핵심 수주물량인 재건축ㆍ재개발이 공사비 급등에 차질을 빚고 공공발주를 도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멈춰선 점을 고려하면 올 수주액은 180조원을 밑돌 우려가 높아 보인다.

연간 수주액이 불과 1년새 50조원 가량 줄면 건설시장은 공황에 빠진다. 비상경영 선언에 이어 대규모 구조조정이 횡행할 것이다. 철강ㆍ레미콘ㆍ시멘트ㆍ내외장재 등 자재업계와 기계업계, 인테리어ㆍ이사ㆍ부동산중개업 등에 이르는 국민경제가 시차를 두고 줄줄이 타격을 입는다.


초인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 시장이 체감할 충격은 훨씬 크다. 2015년 공사비(100) 기준의 8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이다. 2015년보다 공사비가 1.5배로 늘었는데, 반대로 수주액은 50조원 줄어든다면 내년 4월 총선 즈음에 건설산업발 칼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높다.

‘수주절벽’을 두려워하지 않는 최근 건설업계 분위기는 더 걱정스럽다. 공사비 급등세 속에 매출보다 수익성을 더 중시하는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본사 차원의 수주심의 과정에서 포기하는 사업이 늘었다. 건설업이 건설을 포기하면 남는 건 구조조정뿐이다.


그 후유증은 건설업을 뛰어넘는다. 건설경기에 후행하는 자재ㆍ기계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수주 기근 이후 닥쳐올 ‘착공절벽’이다. 올해 8월 누적 기준의 건축물 착공면적은 작년 동기보다 40.7% 폭감했다. 국토교통부가 파악한 작년 인허가 이후 올 상반기에 미착공된 주택량만 33만1000가구이다.


건설업은 땅을 파야 돈이 돈다. 착공 후 기성금으로 인건비, 자재비, 기계임대비 등을 지급해야 돈이 도는 구조다. 현장이 멈추면 답이 없다. 고금리 기조 아래 치솟은 이자부담에 혹여나 사업이 백지화되면 그 후유증은 더 커진다.

‘착공절벽’은 2∼3년 후 입주절벽으로 이어진다. 시공 단계의 실업난뿐 아니라 이를 능가하는 또다른 국민 피해를 안긴다. 윤석열 정부가 가장 경계했던 과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가격 급등 사태다. 3년 내외 공기를 고려하면 2027년 대선 직전에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정부가 9ㆍ26대책으로 멈춰선 주택프로젝트의 착공을 돕고 17개 광역시도에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당부하는 등의 움직임은 시의적절해 보이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범정부 차원의 재정건전성 집착을 조금만 내려놨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위기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국가경제를 위해 정부가 응당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마저 방기하고 있다”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비판에 귀를 열어야 한다.


가계부채를 키우는 부동산 시장의 부양책이 부담스럽다면 SOC를 돌아보자. 역대 정부가 경기침체 때마다 SOC를 ‘전가의 보도’로 활용한 데는 이유가 있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정부 재정지출 1조원당 SOC의 경제성장률 증가효과는 0.076, 산업별 후방연쇄 효과는 1.18로 타 산업을 능가한다.


민간공사와 달리 착공 지연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선급금 비율을 높이면 실물경기 온기를 되살리기에 최적이다. MB정부와 같은 4대강 살리기사업까진 기대하지 않는다. 이미 정부의 손은 떠났지만 사면초가의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해 국회 논의과정에서라도 경기 진작에 효과적인 SOC예산을 조금이라도 늘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국진 기자 j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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