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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승인 넘더라도…합병까지는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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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02 17:35:37   폰트크기 변경      
미국ㆍ일본 승인 못 얻으면 합병 무산, 화물사업 인수자 물색ㆍ노조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이 제시한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의결하긴 했지만, 두 기업이 하나로 합쳐지기까진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대한항공이 제출한 시정조치안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한항공 측은 내년 1월말에는 EU 경쟁당국의 심사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천신만고 끝에 EU의 승인을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이라는 또 다른 관문을 남아있다. 이들 국가 중 한 국가라도 기업결합에 대해 불승인하면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무산된다. 특히, 미국 경쟁당국인 미국 법무부(DOJ)는 최근 대한항공과 가진 회의에서 “EC에 제출한 최종 시정안이 DOJ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잖아도 대한항공은 합병을 위해 유럽 주요 도시 일부 노선의 슬롯을 반납하는 시정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영국에서는 승인을 받기 위해 양사가 보유한 인천∼히스로 슬롯 17개 중 7개를 영국 버진 애틀랜틱에 양도하기로 했으며, 중국에는 독과점 우려가 있는 총 9개 노선에서 일부 슬롯을 타사가 원하면 반납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이나 일본 중 한 곳이라도 승인을 위해 추가적인 시정조치를 요구할 경우, 인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을 인수할 기업을 찾는 것도 난항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엔 화물사업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견인해왔지만, 엔데믹 이후엔 화물사업 매출의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출은 지난 2021년 3조원에 달했지만,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7795억원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인수 기업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되는 화물사업 관련 부채도 맡아야 한다.

앞서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부문의 매각을 위해 삼정KPMG를 매각 자문사로 선정하고 예비 입찰을 진행했지만, 아직 뚜렷한 후보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저비용항공사(LCC) 4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긴 했지만, 이 중 가장 큰 업체인 티웨이항공은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회사들의 경우, 회사 규모 및 자금 여력이 넉넉지 않아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내부 직원들의 강한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결정에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명분도 실리도 국익도 없는 이번 합병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이번 결정으로 EU, 미국, 일본에서의 거래 종결까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과 가치는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며 “합병의 문제점에 대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역시 “대한항공 독점 강화, 아시아나항공 해체로 가는 길이 열렸다”라는 내용의 입장문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이사회 결정은 대한항공의 이익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이익을 처분하는 결정임에 따라 배임 소지가 다분히 있다”며 “오로지 합병 승인만을 위한 항공 자산 포기, 고용불안·구조조정 양산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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