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무역 갈등을 빚던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4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다. 호주 총리가 중국을 찾는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호주에서 중국 상하이를 향해 출발한다. 이어 5일 상하이에서 열리는 중국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뒤 베이징으로 이동해 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계획이다.
7일에는 리창 중국 총리와 면담한 뒤 호주로 돌아올 예정이다.
앨버니지 총리의 이번 방중은 고프 휘틀럼 전 호주 총리의 중국 방문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됐다. 휘틀럼 전 총리는 냉전 시대이던 1973년 호주 총리로는 처음 중국을 방문해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양국 정상은 이번 만남에서 두 나라의 무역 갈등 해소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호주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12억 호주달러(약 1조원) 규모의 호주산 와인을 비롯해 쇠고기와 랍스터에 대한 중국의 수출 금지 해제를 기대한다.
또 간첩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의 석방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호주의 지지를 요청 할 것으로 예상된다.
CPTPP는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2018년 발효시킨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신규국 가입을 위해선 기존 회원국 모두가 찬성해야 한다.
호주와 중국은 대규모 무역으로 끈끈한 관계였지만 보수 성향인 스콧 모리슨 전 호주 총리 집권기(2018.8∼2022.5)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2018년 호주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요청에 발맞춰 5세대 이동통신(5G) 통신망 사업에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참여를 배제했다. 이에 중국은 호주산 와인과 소고기, 보리, 석탄 등 10여 개 제품에 고율 관세를 물리는 방법으로 맞불을 놓으며 보복에 나섰다.
외교 안보적으로도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체제가 만들어졌고, 코로나19 때는 호주가 나서서 기원을 찾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국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국 관계는 한때 단교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호주 노동당 정권이 출범한 뒤 무역 부문 등에서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석탄을 시작으로 목재와 보리 등 호주의 주요 수출품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했다. 한때 200억 호주달러(약 17조1천억원) 규모였던 약국의 무역 관세는 최근에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11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만난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