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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걷는 足足 행복 쑥쑥…대한민국 ‘맨발 걷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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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11-06 16:31:00   폰트크기 변경      
서울 자치구들 황톳길 조성 ‘붐’

맨발로 흙길 걷는 ‘어싱’ 대유행

신진대사 촉진ㆍ혈액순환 등 효과

신발 보관함ㆍ세족장까지 마련 


서울시 강남구 대모산 둘레길에 조성된 황토 흙길. /사진: 안윤수기자 ays77@ 


[대한경제=서용원 기자]“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다는 행보(行補)가 낫다.”

조선시대 의관 허준이 1610년에 저술한 ‘동의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다. 좋은 약을 먹기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낫고, 좋은 음식보다는 ‘걷기’가 더 좋다는 뜻이다.

400년도 훌쩍 지난 조선시대에 쓰인 이 구절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의사나 전문가의 충고가 아니더라도 상식이 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그냥 걷는 게 아니라 맨발로 숲길 등을 걷는 ‘어싱(Earthing)’이 주목받고 있다. 어싱은 땅과 접촉한다는 의미로 맨발로 숲이나 흙길, 황톳길 등을 걷는 행동을 뜻한다. 특히,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인체에 흡수돼 신진대사 촉진, 혈액순환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황톳길 어싱이 유행이다. 


△서울 자치구들, 맨발 황톳길 조성 박차

이런 유행과 주민 민원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들은 곳곳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있다. 주민들이 더 편하게 맨발길을 걸을 수 있도록 신발 보관함, 세족장까지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송파구에는 송파나루공원과 오금공원에 맨발 황톳길 등으로 이뤄진 ‘구민건강 황토체험존’이 있다. 충남 보령에서 가져온 고운 황토만 100% 사용해 20㎝ 깊이로 채워 부드러운 촉감을 전달한다. 발을 씻는 세족장과 비가 와도 이용할 수 있도록 그늘막도 설치했다.

석촌호수에 있는 송파나루공원에 생긴 107m 길이 황톳길은 석촌호수를 바라보며 황톳길을 걸을 수 있다. 오금공원에는 대다수 산책로가 흙길인 공원 지형을 활용한 110m 황토체험존이 조성됐다. 지압 효과가 있는 황토 볼풀장도 있다.


한 시민이 송파구 오금공원에 조성된 맨발길을 걷고 있다. /사진: 송파구 제공


구로구 안양천 소단길ㆍ제방길ㆍ서울동물복지지원센터 주변에는 500㎡ 규모 황톳길과 이용자들이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장이 마련돼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맨발로 걸으면 접지ㆍ지압 효과로 몸속 활성산소를 배출하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도심 자투리 공간 등을 활용해 황톳길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시민들이 구로구 안양천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사진: 구로구 제공


성동구는 주민 요청에 따라 올해 6월 응봉근린공원(대현산)에 45m의 순환형 황톳길과 무학봉근린공원에 25m의 황톳길을 조성했다. 신발 보관함과 세족장도 함께 설치해 맨발로 걸은 후 발을 씻을 수 있도록 했다. 구는 황톳길을 청결하게 유지하고자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하고 빗물에 유실되는 황토를 주기적으로 보충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성동구 주민들이 관내 청계천에 조성된 황톳길을 걷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광진구에는 산속을 맨발로 걸을 수 있는 아차산 ‘정원맨발길’과 ‘아차산맨발길’이 있다.

정원맨발길은 아차산어울림정원의 생태연못 옆 워커힐로 아래 폭 1.5m, 길이 100m 규모다. 난간이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시민도 걸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쪽에는 지압 효과가 좋은 황토볼 체험장과 세족장 등도 있다.

아차산맨발길은 아차산 동행숲길 중간에 있는 소나무 쉼터 위 폭 1.6m, 길이 210m로 만들어졌다. 나무 그늘이 우거져 있어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책할 수 있다.


△기존 황톳길 재정비…주민 스스로 만들기도

어싱 유행에 기존에 있던 황톳길을 재정비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노원구는 황톳길 맨발걷기 인기가 날로 커짐에 따라 창동교∼녹천교 부근 제방길에 조성된 60m 길이 황톳길을 올해 9월 450m 연장해 510m로 확대했다. 이곳은 습도, 일조량 등 자연환경에 민감한 황토 특성에 맞춰 건식으로 조성하고 황토관리ㆍ부상방지 전담인력도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구가 주민을 대상으로 황톳길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인 424명이 만족한다는 답을 내놨다.

양천구는 올해 안양천 목동교와 양평교 사이에 있는 570m 구간 기존 황톳길에 황토 복토, 경계석 교체 등 재정비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안양천 신정교와 오금교 사이 제방 소단길 약 150m 구간에도 황톳길을 추가로 조성했다. 세족장과 평의자, 데크계단, 이용안내판 등을 설치하고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황톳길을 관리할 수 있도록 물 조리개, 빗자루 등도 비치했다.


양천구 주민들이 양천구 안양천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황톳길이 유행하다 보니 주민이 스스로 황톳길을 만든 곳도 생겼다.

서초구에는 주민들이 앞장서 만든 황톳길이 5곳 있다. 다 합치면 2.2㎞에 달한다. 우면산(영동중학교 인근) 500m을 비롯해 △서리풀공원(방배숲환경도서관 인근) 600m △인능산(더샵포레아파트 인근) 300m △방배근린공원(정상부 헬기장 인근) 500m △경부고속도로 시설녹지(반포자이아파트 인근) 300m 등이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어싱에 관심을 둔 주민이 자발적으로 산책로 인근의 돌, 나무뿌리 등을 정비하면서 올해 7월 서리풀공원에 처음으로 생기기 시작했고, 이후 맨발 걷기 효과가 알려지며 주민 동호회가 생겨나는 등 맨발 길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가 높아지며 이같이 확대된 것”이라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 근린공원 내 조성된 황톳길. /사진: 서초구 제공 


△끊이지 않는 황톳길 조성 러시
자치구들은 앞으로 황톳길을 더 조성할 계획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가까운 곳에서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맨발길을 조성해 ‘건강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경부고속도로 주변 △길마중길(용허리근린공원 인근) 200m △길마중길(잠원IC~신사2고가) 150m 2곳에 황톳길을 다음달까지 조성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서리풀공원(청권사 주변) 600m △우면산(아쿠아육교 주변) 200m △문화예술공원(더케이호텔 인근) 200m 총 1km규모 3곳의 황톳길을 만들 계획이다.

서초구 관계자는 “기존 황톳길에도 노면 정비와 세족장, 신발 보관대, CCTV, 경관조명 등을 설치해 ‘안전하고 걷기 좋은 황톳길’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작구는 이달까지 상도, 현충공원 등에 황톳길 3곳을 개장하고, 다음해 상반기까지 6곳 이상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천구는 연말까지 목2동 용왕산(260m)과 신월7동 곰달래공원(270m)에 황톳길을 조성하고 2025년까지 총 20곳을 추가 확충할 계획이다.

노원구는 경춘선숲길 솥발근린공원 주변에 황톳길 추가 조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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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서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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